
● 물 1.1L 정도. 할 수 있다면 녹차물이나 장미차물도 괜찮아.
● 레몬이나 라임즙 한 숫갈.
● 설탕 1kg. 가급적이면 백설탕.
● 슈가파우더 반 컵 정도.
● 옥수수 전분 한 컵. 이거 흔히 콘스타치라고 하던데.
● 견과류 한 컵. 아몬드 슬라이스든 땅콩이든 호두든 피스타치오든 아무거나.
● 타르타르산 한숫갈. 주석산이라고들 많이 하는데 방산시장에서 구할 수 있어.
터키쉬 딜라이트. 흔히 로쿰이라고 많이들 부르는데 18세기에 개발된 터키의 전통적인 디저트 중 하나. 누구라도 처음 먹어보면 웬만큼 단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혓바닥을 녹여낼 기세의 그 심각한 단맛에 다들 놀라곤 하지. 그래서 원래 용도는 그냥 집어서 우적우적 씹어먹는 과자라기보다는 씁쓸한,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차 한 잔을 타서 거기에 곁들여 조금씩 갉아먹는 다과의 성격이 짙어. 영화 나니아 연대기에도 나와서 얼음마녀가 에드워드에게 형제들을 배신할 정도의 단맛을 제공하는 소재로 사용되기도 했지. 그렇다면 그 정도로 사람잡는 단맛을 자랑하는 이 젤리. 엄밀히 말하자면 젤라틴이나 아교가 아니라 전분으로 만들어서 떡에 가까운 녀석이지만 그래도 질감은 엄밀히 젤리인 터키젤리를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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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팬이나 조금 좁고 깊은 냄비에 물 800cc정도와 라임즙, 설탕을 전부 다 때려넣고 보글보글 끌여서 시럽으로 만들어. 계량을 써놓기는 했는데 복잡하게 볼 것 없이 시럽이란 설탕과 물을 거의 1 : 0.8 비율로 잡고 끓여 졸이면 되는 거니까 어려울 것도 없지. 레몬즙은 후에 나중에 이것을 각 당분과 옥수수 분자들끼리 잘 엉겨붙게 하여 젤리 효과를 내게 하는거니까 꼭 넣어야 해.
냄비 말고 별개의 볼에 물 한 컵, 콘스타치 한 컵을 덩어리 지지 않게 잘 개서 섞어. 걸쭉해지면 위에 주석산 한 숫갈을 가급적이면 균일하게 펴서 바르고 그렇게 섞은 전분과 물과 주석산의 혼합물을 맨 처음에 끓였던 시럽의 냄비에다가 전부 붓는거야. 불은 조금 줄이되 꺼버리지 말고 거품기로 계속 저어줘야 해. 조금이라도 이 작업이 늦어지면 바로 끔찍한 모양으로 늘어붙기 시작하니까. 두 시간 정도는 계속 불을 보며 거품기를 멈추면 안 되는 중노동이지;; 로쿰 만들기는 사실 어렵다기보다는 이 불 보고 모양 보며 계속 공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노가다가 되는 작업인거야.
이 정도로 되면 혼합물이 끈끈하게 엉겨붙어서 고체도 액체도 아닌 공 모양이 되는데 반죽의 온도가 상당히 높으니 혹시 튀거나 만지지 않도록 주의를. 두어시간 정도 열심히 저었다면 반죽을 조금 떼어서 찬물에 떨어뜨리면 순식간에 굳거든. 이걸 다시 건져 손으로 주물러봤을 때 적당히 말랑말랑 성형이 편한 모양이 되었다면 불을 끄면 돼. 불이 꺼졌다고 혼합물이 바로 식지는 않으니까 이 때 준비했던 견과류를 전부 털어넣고 잘 혼합되도록 섞어.
오븐 트레이나 금속제 접시, 하다못해 넓고 얕은 케이크팬이나 후라이팬에 버터를 잔뜩 칠해 바른다음에 지금까지 만든 혼합물을 붓고 위가 평평해지도록 펴. 손대거나 할 필요 없이 그냥 트레이를 잘게 흔들어주면 알아서 펴지니까 어려울 것 없지. 그리고 위에 뭔가 달라붙지 않도록 콘스타치 두어숫갈을 잘게 흩뿌려서 펴 주면 돼. 그리고 신문지든 뭐든 좋으니까 먼지가 들어가지 않게 덮어놔. 이 정도까지 했으면 중요 공정은 다 끝난거야.
그렇게 트레이에 부어놓은 혼합물을 실온에서 하루 그대로 방치플레이. 빨리 굳게 하겠다고 냉장고에 넣으면 큰일나. 딱딱하게 굳어버려서 이건 뭐 사탕도 아니고 떡도 아닌것이 달기는 존나게 달아서 암튼 먹기 되게 나쁜 질감이 되거든. 가급적이면 실온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건냉소에서 먼지가 들어가지 않게 위를 잘 덮은 뒤 하루정도 그냥 내버려 둬.
이제 여기서부터는 데코의 범위인데, 가장 평범하게 하는 것이 사각으로 모양을 친 뒤 슈가파우더를 바르는 것. 일단 하루 식혀둔 로쿰덩어리를 꺼내고 따뜻하게 달군 칼에 버터를 잘 바른 뒤에 다이스 모양으로 각을 치는거야. 그리고 하나하나 들어서 슈가파우더와 옥수수 전분을 1:3 비율로 섞은 가루에 잘 뭍혀. 이걸 대충 하면 나중에 로쿰들을 쌓아놨을 때 서로 달라붙어버리니 주의.
이대로 슈가파우더와 콘스타치를 바른 로쿰을 다시 전부 다 쌓지 말고 떼어서 하루 더 건냉소에 말려. 이 때 웬만큼 표면을 옥수수가루가 가려서 붙지 않게 해 주는거야. 그렇게 이틀에 걸쳐서 로쿰을 다 만들고 건조시키고 나면 이제 먹을만하게 되는데, 아직 덜 묻은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도 마저 슈가파우더와 콘스타치를 발라 가린 뒤 다과로 내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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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가 비싸다거나 만들기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들어가는 공이 많아서 만들기 참 힘든 과자인 로쿰. 그러나 그만큼 완성했을 때 혓바닥을 감싸고 압도하다시피 달려드는 단맛과 쓴 차에 어울리는 그런 조화가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아닌가 싶어. 그래.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르고 너무 맛있는 나머지 형제들을 배신할 정도의 그런 달콤한 감미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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