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1일 화요일

길고 긴 야간 교대근무를 위한 레드포션 'YA'




저거 한 병에 2000원 꼴이라 자양강장제 치고는 대단히 비싼 편이다. 숙취제거제같은 것들 보면 4-5천원은 기본이라 그쪽과 비교하자면 싸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게 숙취제거제는 아니잖아... 그러고 보면 난 최근 술도 거의 안 마시기 때문에 숙취제거제 마실 일도 없고 애초에 그걸 마실 정도로 술 마신 적도 흔치 않고 그렇게 마셔도 그런거 사마시기 아깝기도 하고.

끼니가 아닌 대상에 내가 돈 들이는 것은 흔치 않은데 최근 자주 마시는 이 녀석은 병당 2000원이라는 무자비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내가 자주 사 마시고 있다. 붉은색의 레이블, 생긴 모양 그대로 Wakey Potion이라고 적혀있는데 깨워주는 포션 정도랄까. 커피나 콜라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엄청난 각성효과를 자랑한다. 나는 커피나 콜라 카페인 정도로는 별 생각도 없이 밤에 잠 잘만 오는데 이 녀석은 잠 기운까지 완벽히 없애주지는 못해도 맑은 정신은 계속 유지하게 해 주니까 좋다. 

확실히 박카스 4병 값은 한다마는 문제가 있다면 그 대단한 각성효과때문에 내 위장에는 정말 안 좋다는 것. 이것을 제조할 때 사용한 과라나 분말은 브라질산 식물의 씨를 빻아서 만드는데 커피의 2-3배는 되는 카페인을 함유한다. 정신들게 하는데는 좋지만 식욕도 같이 억제되며 특히 위가 좋지 않은 나에게는 파멸을 의미한다. 이거 마시고 난 뒤에는 식욕이 싹 달아나서 밥도 안 먹고 12시간을 줄창 일할때도 있다.

결국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데 늘 이것은 나로 하여금 대단한 의지를 필요하게 한다. 피곤하지 않은 맑은 정신상태나 아프지 않은 위장. 두 가지를 다 구할수는 없으니 항상 근무 교대에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를 선택, 오늘도 나는 이 빌어먹을 레드포션의 뚜껑을 땄다. 위장이 타들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지만 정신은 맑게 유지할 수 있겠지. 

...

월급이 나왔다. 이전에 다니던 회사보다 두 배가 훨씬 넘게 나왔다. 근데 이렇게 개고생하며 번 돈이라 받아도 도무지 돈이라는 느낌을 받을수가 없다. 첫술에 배부르랴마는 돈이 있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찝찝하다. 뭔가 갖고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내겐 그럴 시간이 전혀 없다. 9월도 중순이건만 아직도 나의 죽어가는 여름은 현재진행형이다. 

by. Sterl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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