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1일 화요일

여럿이 싫은 게 아냐, 혼자 있는 것이 좋은거야.




우중충한 새벽, 라인에서 내내 야간근무의 수마와 싸우다가 밖으로 나오자 햇빛이 쏟아지던 언제나와는 다르게 눅눅한 빗방울이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푹푹 작렬했던 그간의 폭염으로 얼마 가지 않아 비가 내릴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타이밍 적절할 때에 왔다. 내내 잊고 있다가 실감한 칠석이다. 내가 고교를 졸업하고 난 뒤에 처음으로 느끼는 별 거 아닌 칠석의 감상이기도 하다.

이런 계절의 비에는 의외로 광시곡이 더 어울린다.

...

특례 편입 후 6주차도 넘어가는 마당에 아직도 그렇게 친한 사람은 없다 회사에서는 누구 말에 대답하는 거 아닌 이상은 거의 말 자체를 안하고 말을 아끼는 탓도 있어 그렇지만 요즘 들어서는 내가 그냥 사람들 모이는 것을 피한다는 느낌이다. 사람을 싫어하는 것은 아닌데 짧아도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그렇게 되는거다. 어떤 집단의 사람을 만나도 좋은 사람이 있는 반면 싫은 사람도 한 두명쯤 있다면, 애초에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지 않으면 되는 거니까.

그렇지 않아도 어제 같은 팀 동료들이 우리 피하는거냐고, 보기도 힘들고 말하는것도 힘들고, 원래 그렇게 무뚝뚝하고 말이 없냐고 하길래 나는 그저 제목대로 대답했다. [어울리는 게 싫은 것이 아니라 혼자 있는 것이 좋은겁니다] ... 확실히 이렇게 살면 친한 사람은 없겠지만 싫은 사람도 안 생긴다고. 덧붙여 내가 사람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 일정 원하는 대로 지낼 뿐이니까, 어차피 사람들과 어울려도 말 안 하고 가만히 있을 바엔 굳이 이젠 피지도 않는 담배 피러 따라 갈 필요도 없고 나 양치질하러 가거나 화장실 가는데도 몰려 갈 필요는 없잖아?

룸메 형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했다. 혼자가 좋은거라고. 하니까 형 말씀이 [너 왕따냐-] 하시는 거였다. 사람들이 날 피하는게 아니라 내가 사람들을 피하는 건데 왜 내가 왕따냐고 반문했더니 형님 말씀도 재밌다 [네가 너 말고 다른 동료들을 혼자서 전부 왕따시키는거잖아] ... 뭐 생각하기 나름이긴 한데 이게 아직 불편하지는 않으니 그냥 이렇게 산다.

회사라곤 해도 기본적으로 다들 같은 라인에 근무하는 동료인 이상 금새 말 놓고 지내고, 그러는데 사수님과 몇몇 선임들을 제외하고는 나보다 연장자들도 경어를 쓴다. 벌써 입사 두 달차가 가까워지는데 그러는 건 확실히 내가 조금 딱딱해 보이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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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년만 일하면 끝나는 주제에 뭐 그렇게 딱딱하고 구차히 사느냐고 하는데, 1년씩이나 일해야 되기 때문에 이렇게 살게 되는거야. 적어도 내게는 1년만 일하니까 사람들과 열심히 어울리려 하는 마인드가 더 귀찮은거라고. 그게 다양성이라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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