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땅바닥까지 떨어진 것까진 좋았는데 다시 날아오르지도 못하게 날개까지 부러뜨려 놓는구나. 언젠가 말했던 것처럼 죽을 것 같이 힘들고 죽을 것 같이 괴롭겠지만 아마 죽지는 않을거다.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거니까. 지금으로서는 단순히 내게 있는 어떤 현상보다도 복잡한 기분 때문에 슬프거나 하지는 못한다. 않는게 아니라 못하는거다.
대체 남이 읽으면 또 뭔 일이 생겼는지 짐작도 안 가는 오늘 일기는 나중에 내가 읽어보기 위한 일기다. 이전에도 자주 이야기했지만 가끔 나는 나만 알아먹을 수 있는 일기를 쓰곤 한다. 다만 이런 일기를 쓰는 날에는 시간이 족히 지났을 때 가끔 나도 이 때 무슨 일이 있었나 알아보지 못할까 두렵다. 하지만 지난 5년간 공개일기를 쓰면서 그랬던 적은 아직 없었다.
일단 지금은 정신이 없다. 힘들기 이전에 정신이 없어서 괴로울 여력이 없다.
짧은 인생이나마 난 무슨 일이 닥쳐도 항상 마지막에는 전의를 불태울 줄 알았다. 가장 힘든 때 중 한 해로 기억될 09년에도 난 마지막의 마지막에 가서 다시 제정신을 가지고 모든 상황과 맞서 싸울 수 있을 것이다. 때릴 주먹이 피떡이 되었다면 발로 차면 되고 그나마 걷어찰 수 있는 다리마저 뭉개졌다면 이빨로 물어 뜯으면 된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가서 그 이빨마저 부러졌더라도 들이 받을 수 있다면 괜찮다. 삶은 투쟁의 대상이 아니지만 그럴 가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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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이란 내게 닥친 일이 아니라 그 행동에 대해 내가 한 일을 말한다.
특례 D-280. 오늘부로 정확히 40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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