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1일 화요일

찬물




주말과 월요일이 또 이렇게 일만 하느라 지나갔다. 덕분에 작년부터 주말은 이미 반갑지 않게 되어버렸고 주말에는 어느 때고 잔업이 비지 않을 때가 없었으니 오히려 더 기대도 안 되고 일만 해야 된다는 사실을 아니까 기대도 안 된다, 내일이 되면. 혹은 모레를 인내하면 잔업을 빼 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러나 작업자 누군가는 또 아파서 빠졌고 누구는 지각했다 하고 계속 이런 식이니 꿈도 희망도 안 보인다. 나보다 더 먼저 잔업을 빠져야 될 사람들도 쉬지 못하고 있는데 나라고 방법이 있나.

오늘도 회사에 출근해서 왠지 설사하는 내장과 멍한 머리를 붙잡고 거의 헤매다시피 설비들을 돌봤는데 결국 앞으로 잔업 빠지기 힘들거란 사실만 실감하고, 더구나 막판 꼬장에 선공정에서 보낸 인식불가 칩들을 거의 억지로/수동으로 인식시켜서 작업했다. 지금 잠들면 내일도 잔업... 아 진짜 잠들기 두렵다. 아침에는 일어나기 싫어서 힘들고 간신히 일어나도 회사에서 다시 돌아올때까지는 깝깝하다는 사실을 알기에 두렵다.

회사에서 퇴근하면 다시 다음날 출근해야 된다는 사실이 두렵고 잔업을 빠져도 다음날 출근이 두렵다. 기껏 휴무가 생기면 휴무가 끝난 뒤의 출근이 두렵다. 누군가 그랬던가. 우리에겐 주말이 온다는 기쁨보다 주말이 지나고 다시 월요일이 온다는 슬픔이 훨씬 크다고. 이 이야기는 전에도 자주 했지만 내 기분이 딱 그런 느낌이다.

...

일기에다 이런 식으로 매일 힘들다 죽겠다 하는 이야기만 쓰는 데 무슨 의의가 있나, 내 매일을 남기는 일기장에 한 소리 또하고 쓴 소리 또 쓰고 하는 게 대체 무슨 의미인가 생각하고 있다. 다만 아직은 매일을 느끼는 것을 쓰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되어 계속 우는 소리를 쓴다. 나중에 조금 후회하게 되더라도 지금의 내가 남길 수 있는 것은 이게 최선이니까.

삶은 투쟁의 대상이 아니지만 그럴만한 가치는 있다.
불과 석 달 전의 그 다짐을 나는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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