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1일 화요일

특례 종료 D-200




근무 교대를 위한 잠깐의 휴가는 끝나버렸다. 말 그대로 잠깐. 그동안 숱하게 혹사해왔던 내 일이 끊이지 않는 나날에서 잠깐 주어진 48시간의 휴가는 백일몽처럼 끝나버렸고 당장 내가 잠을 자야 하는 시간인 6시간 뒤에는 다시 출근이다. 그리고 이제 다시 휴무 없는 일 13시간의 노동이 시작되는 것이다. 앞으로 200일 동안.

맨 처음 D-day를 카운터하기 시작한 것은 1년째에 돌입했을 때였는데 그것이 어느 새 200날이 남은 정도가 되었다. 300일이 남았을 때에는 [내가 200날이 남은 날의 밤에는 어떤 생각을 가질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말을 해본댔자 불과 100일 정도 과거의 내게는 그 때와 달라진 것이 별로 없어 해 대답이 궁하다... 랄까 그다지 없다. 아무리 시궁창같더라도 미래는 현재보다 더 낫다. 왜냐하면 내가 버텼던 그 하루만큼 내일은 더 전역일에 가까워졌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말을 이전부터 거의 곱씹듯이 일기에 쓰긴 했지만, 그 때의 나보다 100일 정도 전역일에 가까워 졌다고는 해도 지금의 나 역시 전역은 아득한 미래이기 때문이다. 한 100일쯤 남은 날에는 좀 더 편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들어 부정적인 내가 그럴 수 있을지 솔직히 자신이 없다.

어쨌거나 버텨온 날보다는 압도적으로 버틸 날이 적다. 지금까지 667일을 견뎠으며 앞으로 버틸 날이 200일. 전직 이후로는 223일을 버티고 200일이 남은 셈이니 전직한 이후 버틴 날들보다도 더 적은 날 만큼만 버티면 된다. 분명히 난 300일 전에 부서져가는 의지더라도 그것이 끝나는 마지막 날까지 어떻게든 싸울 수 있기를 결심했다. 난 원하면 얻을 수 있고 바라면 이룰 수 있다.

...

존나 짧은 휴무였는데 작년 막일부터 존나게 돈을 썼다. 랩탑을 새로 사는데만 60만원 가량이 깨졌고 친구들 밥사주는데만 십수만원. 집에 어머니랑 동생이 필요하다고 해서 프린터 사주는데도 용돈의 상당량이 날아갔다. 또 오늘 준이 밥사주는데 그것도 오랜만에 아웃백 가봤다고 거의 돈 10만원 가까이 깨졌다. 앞으로 다음 월급날까지는 거지생활이다. 망했어.

코믹에 갔던 친구들이 가져온 달력들을 전부 회수했다. 겹치는 것은 군대 간 애들 나눠주든가 하고 나머지는 익산 집에 붙이든가 걸어두든가 하고 싶은데 시발 이전 노트북 양도문제때문에 아버지랑 존나게 싸웠잖아. 이번엔 또 당분간 익산에 돌아가기 피곤하게 생겼는데 어차피 휴무도 없을테니 이 건에 관해서는 생각하지 말자. 난 안 될거야 아마.

미국에 갔다가 겨울 방학을 보내려 한국으로 돌아온 민규군도 만났는데 'オレ最强!' [나 최강!] 이라고 휘갈겨진 글씨로 적힌 티셔츠를 선물해주었다. 솔직히 갖다 준 달력보다 이 셔츠가 더 마음에 든다. 입고 일본에서 싸돌아다녔다간 어느 골목으로 끌려가서 쳐맞을 포스긴 해도 스스로 잘난 맛에 사는 나 같은 놈들이 입기에는 이보다 자랑스러운 셔츠도 없겠지.

by. Sterlet.

그래 난 최강이다. 존나 죽을 것 같지만 최강이라고 믿어보자.
어떻게든 200날만 버티면 된다. 2년을 버텼는데 못 버틸것도 없잖아.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