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1일 화요일

정말 수고했어. 지금처럼만 참아보렴.




지금까지 입사해서 버텨온 날이 213일. 그리고 앞으로 버텨야 할 날이 213일. 이 때까지만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좀 더 일도 편해지고 적응도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아직 전혀 모르겠다는 사실만 실감하고 있다.... [모르겠다] 라는 사실을 안 거라도 뭔가 알았다면 안 거겠지만 사실상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인 셈이니까 골통만 복잡해지고 있는 셈. 

상황은 언제나 오늘보다 나쁜 내일이었지만 앞으로 지금까지 한 만큼만 하면 일거에 해결되는 날은 반드시 온다. 솔직히 요즈음은 지난늦가을보다도 일도 훨씬 늘어났고 그나마 생긴 휴무나 잔업도 상사에게 찍힌 탓에 전부 뺏기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나마 덜 비참했던 예전보다 좀 더 어떻게든 살아남아보려는 의욕을 가지고 있다. 지난 여름부터 늦가을. 회사에서는 항상 일에 치이고 몸은 늘 피곤하고, 여자친구와도 헤어지고 기분마저 파멸로 치닫던 때 못지않게 지금 상황도 시궁창이지만 그래도 어떻게 시간은 흘러간다는 실감이 나를 억지로라도 움직일 수 있게 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느리지만 정확하게 시간은 내가 버틴만큼 흐른다.

회사에서 퇴근하면서 핸드폰의 D-Day 화면에는 이런 문구가 떠 있었다.

특례편입 D+654
전직승인 D+213
병역완료 D-213

사실 백일 단위로 떨어진 것도 아니고. 주 단위로 나눠봐도 30주 하고도 3일이나 남은 셈이지만 간신히 내가 이 일을 시작한 이후 느껴온 실질적인 시간만큼 버티면 어떻게든 미래가 나온다고 실감하니 드디어 출구가 보이기 시작한 것 같다. 차가운 겨울 바람 속에서 간신히 그 사실을 느끼자 마른 내 감성에도 어떻게 비처럼 다시 눈물이 스미려고 하는지. 지금까지 견뎌온 2년 중 가장 힘들었던 반 년을 흘려보냈는데 그 반 년도 버텼는데 남은 반 년을 못 버틸리가 없다. 난 언제나 구하면 얻었고 가려면 갈 수 있었다. 견디는 것은 누구보다도 잘 할 수 있다.

...적어도 이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진작에 미쳐버렸을테니까. 

...

반환점을 완성한 한겨울의 어느 날. 좀 더 추워지는 겨울이 오고, 아름답지만 몇 년 전처럼, 지옥같이 따뜻했던 봄도 오고 그러면 내가 특례역으로서 마지막으로 겪을 여름도 온다. 나는 내가 반성할지언정 후회는 하지 않는 이 세계에서 세 번의 겨울을, 세 번의 봄과 세 번의 여름을 인내한 끝에 보다 완벽에 가까워진 내 자신과 마주할 수 있다. 

특례의 종료가 내 목표는 아니지만 지나가는 목적지 정도는 될 수 있겠지. 그 때를 맞은 나는, 그리고 다시 이 글을 읽을 나.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여전히 지금의 나 같은 거라도 생각하며 매사를 견뎌낼 수 있니? 그래도 이 때는 이렇게 힘들었노라고. 지금이 이 때보다는 나았노라고 회상하며 늘 살아주고 있는거니? 이렇게 힘들지만 난 여전히 여기에서 널 상상하며 살아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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