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1일 화요일

그래도 단 하루라도 지날 수 있다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이라도 나을거야. 1초 뒤는 그렇지 않은 1초 전보다 아주 조금이라도 전역일에 가까우니까. 삶은 투쟁의 대상이 아니지만 그럴만한 가치는 있는 것이었고 난 그 가치를 얻기 위해 늘 휘둘리기는 해도 싸워왔으니까. 그렇게라도 살아갈 수 있다면 내가 이처럼 약간의 술기운에 취해도 용서받을 수 있는거니까.

...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이건 끝이 보이지를 않는구나. 느닷없는 잔업제외로 8시간만 일하고 쉰 것은 좋았지만 항상 문제는 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쉰 뒤의 출근이 더 두려워진다는 데에 있었으니까. 이대로 괜찮을까. 매일 새벽 비척비척 일어나 이제는 내가 내 삶과 투쟁하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리려 하는 내가 이대로 괜찮은걸까. 

싫어도. 중간에 죽어버려도 버티지 않으면 안 된다. 늘 경험은 내가 당한 일이 아니라 내가 당한 일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했느냐를 경험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었다. 과거에 어떤 험한 일을 겪고 어떤 힘든 시기가 있었어도 난 그것만은 - 적어도 버티는 것 만은 - 어떻게든 해내지 않았던가. 일도 못하고 눈치도 없고 심지어 힘도 뭣도 없는 내가 잘 하는 것은 그 와중에도 이 악물고 버티는 것 만큼은 잘 하지 않았던가. 단지 지금까지와의 차이는 그 십자가가 내가 원해서였느냐 그렇지 않았느냐 하는 선택권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내 선택지가 배제된 채 버텨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내게는 그 십자가가 대단히 괴롭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

D-176. 

친구들이 하나씩 전역하는 것을 보며, 내 혀와 목이 바싹 마르고 조바심이 나게 하기에는 충분한 기간이다. 나는 여전히 오늘도 이를 악물고 내일의 출근에 대한 악몽을 꿈꾸며 숨을 죽여 단 1초 뒤라도 지난 미래를 기다리고 있다.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정도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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