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1일 화요일

다재무능




최근의 나에게 너무 잘 어울리는 말, 이전부터 느낀건데 관심사도 많고 할 줄 아는 것도 많지만 프로가 될 정도로 할 줄 아는 건 어떻게 그 많은 것들 중에 한 가지도 없니... 그나마 특례 시작하고 나서는 먹고 살 만한 세계 어디에 가서도 써먹을 수 있는 기술들을 배우고 있는데, 프레스, 용접, 반도체 전자 등의 실용기술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그걸 좋아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그걸로 평생 먹고 살 것도 아니잖아? 이런걸로 자위하며 버티는 내 자신을 어디까지 합리화해야 나는 좀 더 느긋하게 시간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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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들어 처음으로 잔업을 한 번 빠졌다. 세상에 9월도 이제 중순으로 접어들었는데 다른 작업자들은 닷새에 하루정도 빠지는 것을 열흘에 한 번 빠지다니, 무간지옥 중간쯤 떨어졌나 싶은 느낌이다. 근데 무간지옥은 바닥도 없잖아. 중간이 있긴 어디있어. 코팅설비 돌릴 때 나밖에 작업자가 없는 탓에 잔업 없이 풀로 아득바득 채워서 계속 잔업... 설비로 다시 투입되고 나서 하루 빼 준 건 좋았지만 이제 또 1주일은 무잔업 없고 휴일도 없이 계속 일해야 된다는 뜻이라 속이 더 나빠진다는 느낌이다. 기껏 잔업 빠진 날 병원에 가서 약을 왕창 타왔다. 

전에도 자주 이야기했지만, 우리에겐 휴일의 기쁨보다 월요일이 돌아온다는 슬픔이 더 크다.

야간타임으로 바뀌고 나서 이젠 야간 12시간씩 업무를 해야 하는데 나는 이 야간/주간 시프트 교체 때 적응이 다른 작업자들보다 훨씬 늦고 힘들어서 고생을 많이 한다. 그렇지 않아도 스트레스때문에 위장에 이메가인 상황인데 자양강장제같은 걸 때려넣으니 위는 더 좋지 않아진다. 점점 진퇴양난이다. 자양강장제나 카페인을 집어넣지 않으면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반도체 일을 도저히 할 수가 없고 그렇다고 해서 넙죽넙죽 집어넣으면 위가 아파서 구토나 욕지기를 하게 된다. 앞으로 전진할수도 뒤로 물러설수도 없으니 당장 오늘 하루를 버티기 위해 난 결정한다. 

근데 Wakey Potion 'YA' 이거 효과 좀 세긴 한듯. 박카스 4병 값은 확실히 한다. 속에 탄산이랑 안식향산나트륨 향 때문에 위는 두 배로 나빠진다는 느낌이 마구마구 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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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때 쉴 수 있다는 희망적인 관측이 있지만, 

문제는 그걸 위해서 추석 전후 주말/무잔업 없이 풀로 일해야 한다.

그러느니 그냥 추석때 안 쉬어도 평소에 잘 쉬었으면 좋겠다. 


by. Sterlet. 

그러고 보면 내일이 월급날이다. 
전 회사보다 두세배씩 받는 월급 아니면 진짜 이 일 못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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