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1일 화요일

크...큰일이다, 익숙해지려고 하고 있어.




깨끗한 회사는 나의 전장. 라인마다 늘어선 설비들은 오늘도 윙윙거리며 열심히 웨이퍼와 리드프레임을 연결하고 있고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설비 경고음은 총소리가 난무하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나는 오늘도 열심히 뛰어다니며 설비들을 억누르고, 그렇게 독립해서 설비를 받고 주말없고 일 13시간 노동의 강행군을 개시한지도 어느 새 100일 넘게 이어졌다. 

...으아 말도 안 돼, 이젠 점점 익숙해지려고 하고 있어. 

이전에는 퇴근하기 전까지는 그냥 죽었다 생각하고 보내다가 퇴근 후에 다시 잠깐 살아나서 다시 출근해야 하는 것을 내내 걱정하는 날의 연속이었는데 요새는 그냥 엎어치나 메치나 그냥 회사 가든가 말든가... 거의 자포자기 식이라는 게 웃기기는 한데 익숙해져간다는 것도 무섭다. 난 기본적으로 시간을 낭비하며 방바닥에서 뒹구는걸 좋아하는데 이제는 방바닥에서 뒹구는 시간마저 다 계산해가며 맞춰 뒹굴고 있어;;

...

시간이 없다는 것에는 차차 익숙해져가고 있지만, 다만 친한 이들이나 사랑하는 이를 만날 시간이 없다는게 좀 그렇다. 부러 몇몇 이들에게는 내가 연락을 좀 지연하고 있다. 그게 가까운 사람이든 먼 사람이든. 좋아하는 사람이든 싫어하는 사람이든. 반드시 연락을 해야 하는 사람이 있고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아직은 내가 좀 더 여러가지로 생각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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