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전부터 쓰던 내 영화일기를 보는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난 액션이나 전쟁물을 참 좋아한다. 분위기를 잔뜩 고조시킨 박진감에 영화를 보면서 내내 용쓰다가 영화를 다 본 뒤 영화관을 나오면 온 몸에서 진이 빠지게 하는 영화. 그런 내가 이런 영화를 본다면 누군가 보러가자고 하거나 아니면 도저히 보다 보다 볼 영화가 없을때나 보러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실은 그렇게라도 보러 가는 것은 1년에 한 번이나 두 번이나 있을까 말까 하고 특히 요즘처럼 시간이 없을 때에는 아예 그런 일이 없었다.
르네 고시니가 쓰고 장 자크 상페가 삽화를 그렸던 너무나 유명한 동명의 삽화소설을 원작으로 했는데 내가 그 정도로 보러갈 일 없는 이런 영화를 보러 간 것도 초등학교 다닐 적에 이걸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그랬던 것이었다. 사실 포스터나 예고편을 봤을 때도 별로 재미있을 거란 생각은 안 했는데 어렸을 적 원작을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의 예의 차원에서.
뭐 마음이 따뜻해지는 악동들의 이야기라고는 하는데 사실 당하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마무지한 민폐 꼬마들의 민폐기[....] 원작에서도 보면 장 자크 상페의 일러스트로 그냥 귀여워 보이는 느낌에 픽 하고 웃고 넘어가게 되지만 진짜 실제로 일어났다면 지역신문에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대형사고를 치는 꼬마들의 이야기다. 저게 스크린이나 소설 속 이야기니 웃고 넘어가게 되지 만약 내가 사는 현실의 이야기라면 저건 세상을 멸망시킬 악마들의 모습 그 자체일듯;;
스토리는 장래희망이 없는 4차원 꼬마 니콜라의 의문부터 시작하는데 메인스트림은 요아킴[...조아생?]의 동생 에피소드에서 죽 이어지는 식으로 이어진다. 원작 소설의 모든 부분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조금씩 섞어 메인스트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도 되도록 만든 느낌. 원작에서는 없는 이야기도 메인스트림 스토리를 이어나가기 위해 조금씩 들어있다.
프랑스 5월 혁명 이전의 프랑스 초등학교라는 배경 - 60년대 프랑스 가정과 학교의 모습 - 을 느끼기에도 좋다. 원작을 모르는 사람도 그럭저럭 볼 수 있겠지만 원작을 한 번이라도 읽어봤다면 끝내주게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 솔직히 내 감상으로 원작을 본 적 없다면 하품이 나올 소지가 충분한 영화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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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이런 영화를 보러갈만한 여유가 없었는데 오늘 시프트 체인지, 근무교대였기때문에 볼 수 있었다. 사실 없는 시간을 쪼개면서까지 보러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시프트 교대때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잠을 자지 않고 버텨야 하기 때문에 잠 안자고 버티기의 일환으로 영화관... 근데 한 시간 반 정도로 러닝타임이 긴 영화가 아니라서 12시에 보기 시작했지만 한시 반 쯤에는 영화가 끝나버렸고 그 이후로는 PC방에서 자양강장제를 틀어박으며 자는것도 아니고 깨 있는것도 아닌 상태로 억지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덧붙여 이 영화감상기도 거의 3시간에 걸쳐 쓰였다... 존나 어떻게든 정신줄은 잡고 있는데 뭘 쓰거나 제대로 읽거나 할 수 있는 정신력이 못 되어서 기껏 생긴 24시간 휴무가 의미가 없다. 나의 근무교대는 항상 이런 느낌으로 흘러간다.
오늘부로 D-170. 제로군은 이제 전역해서 울 아버지 가게로 취직해서 익산으로 갔다. 나보다 병역을 훨씬 늦게 시작했고 군대 잘 갔다오라고 전화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 녀석이 나보다 거의 반 년 가까이 일찍 전역했다는 것이 억울하지는 않지만 배 아픈것도 어쩔 수 없다... 끝이 보일것도 보이지 않을것도 같은데 내게 현실이 깝깝한 건 그대로라 아쉽다.
그래도 어떻게 오전 6시까지 버텨냈구나. 조금만 더 버티다가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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