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1일 화요일

특례 종료 D-300




이런 식으로 디데이를 따지는 건 3년쯤 전에도 한 적이 있었다. 그 때는 수능때였던가. 비록 150일인가 흐른 시점에 수시에 합격하여 굳이 디데이를 세는 것도 의미가 없어졌고 이후로는 수능을 보는 친구들을 기억하는 의미에서 세었지만 지금은 의미가 없다. 병역이라는 것은 오로지 견디고 참아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이다. 

수능이 300일 남았을 시점의 일기를 뒤져보면 그저 음악이나 알콜에 취해서 아직도 300일은 멀었다고 안도하는 기분이 가득 일기 밑바닥에 깔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내가 어릴 때 가장 심적으로 힘들다고 했던 그 해의 1년, 거의 시작에 이르는 부분은 큰 일이 있기 전의 안도로 가득 차 있지만 이번의 나는 수시라는 탈출구도 없고. 마지막 날에 모든 것이 해소되는 것도 아닌 매일을 조금씩 인내하는것으로 앞으로 300날의 밤을 지새워야 한다. 

이런 식으로 날이 흘러 200날이 남은 날 밤에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그리고 100날이 남은 밤에는 또 어떠한 생각을 하게 될까. 아직 300일은 내게 너무 멀고 막연하다. 안도했을 때의 300일은 정말이지 순식간에 날아들어왔지만 오로지 버텨내야 하는 나의 300일은 너무나 멀고도 험하다. 

신이시여, 그리고 날 격려하고 지켜주는 이들이여.
부디 내가 300일간의 전쟁을 계속해나갈 힘을,
부서져가는 의지라도 마지막 1초까지만 버틸 수 있는 그런 힘을 내게 실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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