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가까지 이제 닷새정도 남은건가. 앞으로 닷새간 회사에서 더 근무하면 또 닷새간의 휴가다. 사실 주말에는 좀 더 자유로운 만큼 자고 싶다면 굳이 낮에 잘 필요 없이 밤에 자도 괜찮지만 그랬다가는 다시 회사로 돌아갔을 때 완전히 틀어진 생체시계를 다시 조율하는 데 대한 후폭풍이 엄청날 것이 뻔하기에 주말에도 늘 대낮에 자고 밤에는 깨어있는 리듬을 유지하고 있다.
일하는 시간은 똑같은데도 야간수당이 그만큼 더 나오는 데에는 역시 이유가 있다. 밤의 내가 깨어있는 시간은 항상 고요하고 동떨어져 있다. 내가 자는 시간동안 사람들은 활동하고 내가 활동하는 시간 사람들은 자고 있다. 그들과 내가 깨 있는 시간이 겹치기는 하나 기본적으로 그들에겐 너무 늦거나 이른 시각, 혹은 내게 너무 늦거나 이른 시각이다.
이 시간이 지나가도 아직 잘 모르고 피곤한건 여전할 지 몰라도
예나 지금이나 나는 참는 건 잘했으니 참는 것 말고는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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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로 이제 내 병역특례가 365일 남았다. 전 특례기간이 790일이되 실제로는 수습기간과 연장된 요 몇 달 간을 포함하면 실상 1년 반인 502일을 버텨온 셈이고 앞으로는 그 2/5정도인 1년이 남은 것이다. 앞으로 반도 안 남은 기간, 버틴 만큼도 못 되는 시간을 버티기만 하면 끝나는 것이지만 내게는 아직 여전히 1년이라는 단위수의 시간이 아득하게 남은 것이다.
하지만 26개월이 통째로 아득하던 시절도 있었다. 이제 12개월 남은 것이니 나는 그래도 참 열심히 버텼다. 이만큼까지 버텨온 의지로 손톱과 이빨을 세우며 어떻게 다시 아득바득 버티면 못 버틸 것도 없다. 항상 그러기 위해 준비된 삶이 아니었던가. 항상 내 특례기간을 버티는 이야기는 고단하고 힘들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사실을 실감하는 내용이었는데 그게 부정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항상 나는 마지막에 버틸 의지를 표출해왔으니까.
드디어 1년, 그리고 내일이 되면 1년이 채 못 되는 시간이 남았다. 버텨야 할 시간이 조금 남았지만 확실히 난 지금까지도 너무 열심히 잘 버텨 참았다. 내 자신에게 스스로가 보내는 작은 축하를.
by. Sterl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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