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1일 화요일

그건 베갯잇에서 들리는 목소리, 죽음처럼 내려온다.




그간 몇 가지 희망이나 안도 비슷한 게 있었는데 그것도 결국 오늘로 끝이다. 한 가지는 일단 오늘은 몇 달 만에 처음으로 받아 본 평일 중 휴가였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내가 이 회사에서의 일이 너무 괴로워 도저히 못 참겠다 싶어 재전직을 위해 다른 특례업체의 면접을 봤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가지 안도라고 할 만한 것도 전부 끝나버렸다. 휴가래봤자 딱 하루짜리. 결국 24시간은 금새 흘러가 지금 이 밤을 지내고 나면 나는 다시 새벽같이 일어나 출근해야 하며, 다른 특례업체들 면접은 좋게좋게 봤지만 전직이든 신규든 편입한 이상 1년간은 어디로도 가지 못한다는 것을 몰랐다는 내 불찰 덕에 그만둬야 했다. 결국 안도라고 할 만한 것은 하나도 안 남아있게 됐다.

일기에 쓰진 않았지만 그래도 최근 재전직을 결심하면서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마저도 안 되는구나. 솔까말 특례일 어디 가도 다 힘들고 돈도 못 받고 재수없는 꼬라지지만, 불과 전직한지 반 년이 채 안 되서 재전직을 결심했던 나도 얼마나 힘들면 이러고 있을까 싶다. 후에 이 일기를 다시 읽는 나는 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며 어떻게 생각할까.

결국 나는 좋든 싫든 여기서 남은 9달여를 버티지 않으면 안 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진짜 최선을 다 해서 아득바득 버텨내지 않으면 안 된다. 과연 내가 가능할 것인가. 결국 전직도 안 된다는 것을 안 것은 내 끈기에 대한 경고인가. 아니면 끔찍한 근미래에 대한 전조인가.

...

휴가나왔던 현종군이 돌아갔다. 다시 블로그를 대신 운영해주면서 이 친구가 보낸 편지를 틈틈히 키보드로 쳐서 올리고는 있다만 너무 양이 많아서 좌절하기 일보 직전이다. 무엇보다 쉬는 날이 주어지면 최근 부실해져가던 내 블로그에 그간 쌓아둔 소재라도 올리자고 마음먹었는데 친구 블로그 봐 주느라 내 일기장을 이렇게 팽개쳐놔서야 별 소용도 없는 주객전도잖아.

...

오늘도 내 마른 기침이 멎질 않는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