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해보면 로우휘슬 분실 크리가 너무 크긴 했다. 지난 추석 때 익산 집에 들렀다가 옷가지 몇 개와 책, 그리고 가장 중요한 로우휘슬을 넣은 가방을 지하철 선반 위에 올려두고 내린 이후 찾기 위해 별 짓을 다 해봤지만 결국 못 찾았다... 분명히 내린 전철 편수랑 몇 시 차인지도 알고 서울 메트로에 연락했지만 메트로에서도 찾지 못했다 한다.
왜 그 숱하게 올라오는 유실물들중에 내 가방만 없나 참 안타깝기도 했지만 일단 고가의 휘슬을 잃어버리다 보니 악기를 연주할 의지가싹 사라졌다는게 참. 아니 어느쪽이냐면 색소폰이나 다른 목/금관악기에 비해 로우휘슬은 그래도 싼 편이지만 그래도 내 용돈 털어 산 악기들 중에서는 제일 비싼거다보니 막상 잃어버리자 그 허망함은 이루 말할 길이 없었다.
후에 기분전환용으로 원래의 MEG 하이휘슬을 주변에 나눠주고 클라크 내츄럴 휘슬로 교체하는 등 의욕을 살릴만한 일을 해 보긴 했지만 [내츄럴 휘슬은 소리도 더 좋았고] 사실 별 도움이 안 되었다... 애초에 하이 휘슬이 좋아봤자 로우 휘슬과는 음역대가전혀 다르잖아. 폐에 힘 팍 주고 불면 풍부한 음량을 뽑아주었던 로우휘슬이 너무 그립다. 하이휘슬로 그 음량은 낼 수가 없다.
그래서 항상 음악에 취하던 가을도 이번 가을은 그냥 흘러갔다...
...
병가크리로 1주일 내내 쉬었던 것은 나도 참 길게 쉬었다고 생각하지만 이거 놀기 위해서 쉰 것도 아니고 아파서 쉰 건데, 아파서 쉬다가 회복하기가 무섭게 출근해서 일하기도 뻑적지근하구만 덕분에 한 달에 딱 하루 주어지던 특례병 휴무를 까였다. 특례병에게 휴무라는 것은 '어차피 놀아도 시간은 흐르기에' 그나마 시간을 단 하루라도 때워주던 존재였는데 그런 걸 뜯기고 나니 기분이 안 좋은 정도가 아니라 거의 파멸로 달려가는 느낌이다...
뭐 11월도 거의 중순이 다 지나갔고 연말로 갈수록 물량은 조금씩 줄어들기에 다음 전 시프트 다운때까지 버텨보라면 죽을 각오로 못 버틸것도 없지만 또 이번 달도 이렇게 삭막하게 보낼 생각을 하니 지레 기분이 좋지 않다. 이전처럼 공짜로 휴무가 생기거나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D-245.
가는 날만 세고 있냐고 핀잔 들을지언정 나는 그래도 그 날만 기다리고 있다.
지금 내가 가장 부러운 건 로또 당첨자도, 우주정복자도 아닌
...전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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