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상 사람들은 말하곤 한다. 보통 영화를 보면서 말하는 부류는 크게 두 가지인데. 스토리에 중심을 둔다는 사람이 있고 혹은 그 반대로 스토리는 거의 신경쓰지 않고 비주얼에 신경쓴다고 하는 부류가 그것이다. 적어도 내가 알기로 둘 중 한가지만 잡는다면 웬만해서는 그 영화 실패하지 않고 흥행하며 하다못해 흥행은 못 하더라도 어느정도 입소문으로 본전은 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내가 보았던 리얼스틸이, 둘 중에 하나인 스토리가 좋았느냐 하면 절대 그러지 못하다. 소년이 근성으로 도저히 이길 수 없어보이는 적을 이겨버린다는 스토리. 심지어 뻔한 결말이 졌으니까 결국 이긴 것만은 아닌 척 하는 것은 이제 뻔한 소재를 넘어 클리셰가 되어버릴 지경이며 그러한 구도를 답습한다는 점에서 참신함은 이미 빵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래픽적인 비주얼이 화려하느냐 하면 그것도 되지 못한다. 우리는 이미 3편에 이은 트랜스포머에서 이미 현실을 넘어, 현실보다 훨씬 화려한 이펙트를 목격하였고 그러한 특수효과와 CG는 이미 헐리우드 영화의 기본기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얼스틸이 재미없는 영화였냐고 묻는다면 전혀 그렇지 않다. 그렇게 화려했던 트랜스포머보다 더 나은 평점이 그 사실을 대변한다. 영화가 만약에 참신한 스토리와 화려한 이펙트만으로 흥행을 보장할 수 있다면, 그래픽적으로 더 수려한 것도 아니고 스토리가 뛰어난 것도 아닌 이 영화가 대체 왜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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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웍스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은 항상 그 뻔한 스토리가 싫어서 안 본다고 한다. 그야 늘상 그렇다. 동화는 항상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언제까지나' 로 끝나야 하며 로맨스 소설은 항상 맺어져야 하고 선과 악의 대결에서 반드시 선이 마지막에 승리하는 것이 식상하다고 여기는 이들은 리얼스틸을 재미없다고 느끼며 혹평하는 것이 당연하다. 만약 내가 그런 입장이었으면 나라도 그랬을 테니까. 하지만, 정말 너희들이 그런 결말이 뻔하다는 영화라는 사실을 알면 봐야 하는 것은 그런 뻔한 것이 아니지 않겠어.
비주얼도 그저 그렇다. 스토리도 그저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그 뻔한 내용을 어떻게 연출했느냐 혹은 표현했느냐다. 그런 소재는 무엇이라도 좋다. 단순하게는 카메라 워크나 배우들 연기부터 소품적인 정서의 표현까지. 나라고 뭐 영화 볼 줄 알아서 그런것을 일일이 보는 것은 아닌 편인데 그렇게 뻔하고 단순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로 풀어낼 수 있는 것을 볼 때 과연 드림웍스가 아닌가 싶다. 애니메이션이든 영화든 드림웍스사의 작품은 웬만해서는 저 헐리우드 유명사인 파라마운트나 워너브라더스, 컬럼비아 등의 작품처럼 뭐 하나 특출나게 뛰어나지는 않지만 절대로 표값이 아깝지 않은 작품. 때로는 그 이상을 만들어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충격을 안겨주지 않는지 돌이켜 생각하게 된다.
비주얼과 스토리의 참신함으로 좋은 영화를 평가하는 시점은 이미 지났다. 클리셰만으로 점철된 지루한 작품이더라도 얼마나 와닿게 표현하고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느냐에 따라서 좋은 영화일 수 있으며 뻔하더라도 그것이 희망을 심어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2011년 한 해도 계절마다 심심하면 한 두편씩 영화를 보러 갔는데 상상 이상으로 드림웍스가 이런 선전을 해 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하지 못했다. 개봉 막바지에 별 기대 없이 보러가서, 기대 이상의 전율을 얻게 한 작품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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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후속작이 나오기는 어렵겠지만 흥행한다면 기대해볼만할지도?
괜히 크레딧 다 끝날때까지 앉아있다 왔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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