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1일 화요일

La Paella라 빠에야 에서 먹었던 Paella de Marisco 해물빠에야.




그래 이 빠에야.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같은 무게의 금보다도 더 비싼 향료인 사프란이 들어갔고 스페인의 단순한 전통음식적 가치를 넘어 어떤 관용어구 자체로서 표현되는 이 빠에야 말이지. 최근 좀 더 다른 세계 전통음식을 만든다는 가치를 표방하며 신촌과 이태원 등지에서 우후죽순 생기고 있는 각국의 음식점. 빠에야를 만드는 곳은 다른 곳에도 있겠지만 이 사프란 들어간 빠에야가 주는 환상은 내게 동경을 심어주기에 충분했기에 직접 먹으러 가 보았다.

- 사실 이거 작년 이맘 때 먹어놓고 이제 포스팅한다. 이제 쉴 만큼 쉬었으니까.

사실 빠에야는 만들기가 그렇게 어려운 음식은 아니라고 한다. 두꺼운 팬에 쌀과 향료를 하얗게 될 때까지 올리브유로 볶다가 와인과 육수, 토핑을 자작하게 부어 완전히 졸아들때까지 끓여낸 음식. 다만 만드는 난이도 이전에 재료를 구하기도 어렵고 그렇게 한 냄비의 빠에야를 공들여 만드는 데 들어가는 수고가 만만치 않기에 평소와는 달리 사먹어 보았다. 


주방에 저렇게 맑은 유리를 끼워놓아 시종일관 웃는 마음씨 좋은 청년 둘이 빠에야를 만들고 있었다. 말하는 내용이 들리지 않아 뭔가 신나게 이야기하기는 하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알 수 없고 설사 알 수 있었다고 해도 스페인어였다면 내가 전혀 알아들을 수 있을 리가 없었으리라. 


색깔 있는 병에 찬물을 딱 마실 만큼 담아 주는데 늦여름 더위가 절정을 부릴 무렵이라 이런 정서 하나가 시원스레 다가온다. 덧붙여 이 집이 원래 그런건지 스페인 음식 전반이 그런건지 약간 짠 편인데, 내가 평소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있어 자주 리필하게 되더라. 빠에야와 곁들여 산뜻하게 마시기 위해 샹그리아도 잔을 청했다. 피쳐사이즈와 잔 단위로 시킬 수 있던 걸로 기억한다.

여기는 샹그리아가 그렇게 산뜻한데도 웬만한 바 보다는 훨씬 싸니까 만족스럽다. 샹그리아가 잔당 3천원 정도. 피쳐로도 2만 얼마 하던데 웬만한 홍대 바에서 돈 만원 받는 걸 생각하면 샹그리아는 부담없이 마실 수 있다. 여름의 시원한 샹그리아도 좋고 겨울의 데운 샹그리아도 좋다. 원래 스페인에서 많이 먹는 음료이니만큼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적어도 여기에서는 다른 음료보다 샹그리아가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주문한 Paella de Marisco 빠에야 데 마리스꼬 - 오징어와 홍합. 새우 등을 아낌없이 넣은 해물빠에야다. 같이 먹으러 갔던 아가씨도. 나도 역시 고기보다는 비린내 나는 것이 더 맛있다는 주의라서 이 녀석을 시켰다. 사실 이 때만 해도 오징어를 그다지 잘 먹지는 못할 때였는데 강한 샤프란 향과 짭짤한 맛에 별 부담없이 전부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진짜 사프란이 녹아 샛노란 황금색 밥알들. 그 해산물들의 비주얼이나 이런 밥의 강한 노란색이 식욕을 더 자극한다. 다만 단점이 있다면 이거 TAX 제외하고도 1인분에 1.4만원이나 하는데 그럼 둘이 먹고 3000원짜리 샹그리아 한 잔씩 추가하면 돈 몇만원 깨지는 건 일도 아니다. 식사량이 좀 많은 사람이면 사실 1인분으로는 택도 없고. 

무엇보다 혼자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빠에야는 없고 봄바 - 고기나 야채 같은걸 빵 속에 넣고 튀겨낸 커다란 고로케같은 것 - 나 샐러드 정도라서 나 처럼 혼자 밥 먹기 좋아하는 바보를 위한 빠에야는 없어 조금 실망했다. 그래도 친구나 연인들끼리라면 분명히 와서 먹어볼 가치는 있다. 약간의 짠 맛에 조금 호오가 갈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가격만큼은 유감없이 해물의 양과 퀄리티를 보장하는 편이다. 오죽하면 오징어를 그닥 잘 못 먹는 나도 완벽히 비웠을까.

어떤 나라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라도 곧 그 나라는 어떤 음식이나 냄새로서 기억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인도의 카레가 그렇고 일본의 스시나 한국의 김치도 그런 음식이겠지. 스페인에 대해 아는 바가 없는 사람이더라도 바로 냄새와 맛으로 느낄 수 있는 스페인을 찾고 싶다면 홍대 라 빠에야로 가자. 가서 샹그리아와 사프란 향이 느껴지는 정경 속 주인공이 되자. 


덧붙여 홍대 5번출구 앞 골목으로 들어가 해적호프 근처를 돌면 건물 2층에서 바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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