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내가 무슨 일이 있었냐면... 자세한 것은 내가 업무 중 쉬거나 짬짬이 트위터에 작성했던 것의 캡쳐로 대신한다. 나는 즉석식품 담당자도 아닌데 오늘 포스 중앙에서만 돌아다니고 고객 안내했던걸로 이렇게 개빡쳤던 적은 처음인 것 같아서 기록으로 남긴다. 작년 이맘때쯤 삼겹살 폭탄가격 행사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난 진짜로 개점 전에 이런 줄을 봤던 것은 처음이라 오픈 행사 전 주변 직원들의 눈치를 봐 가며 이렇게 줄 선 고객들의 행렬을 찍어두었다.

진짜 난 무슨 목동저그를 현실에서 보는 줄 알았다. 오프닝 행사가 끝나고 동부 메인 엔터런스를 개방하기가 무섭게 200명 가량의 고객들이 들이닥치는 모습은 흡사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의 그 장면을 떠올리게 하여 몸서리가 쳐 졌다. 다만 닭이 바로 나오는 것은 아니라서 아직 개점하고 난 뒤에도 30-40분 가량은 포스에도 여유가 있었기에 나는 그저 긴장만 하고 대기를 탔다.
오픈 후 40분에서 한 시간정도 지나자 드디어 고객님들이 치킨을 한 아름씩 들고 희희낙락하며 나오는데 온 매장이 치킨냄새로 가득해서 두통이 나는 줄 알았다. 이미 치킨냄새가 위장을 자극하는 수준을 벗어나니까 얼마나 공기가 느끼해지던지. 개점 후 24분만에 서울역점에 쟁여둔 비축분 300마리는 이미 동이 났는데도 고객들의 계속 된 문의를 안내하느라 죽는 줄 알았다.
보다보면 정말 별별 사람들이 다 다녀갔다. 다른 고객들을 걸귀라며 매도하는 고객들이 있는가 하면 왜 치킨을 300마리밖에 안 튀기느냐고, 이거 다 상술이라고 하는 고객이 있는가 하면 대기업의 횡포에 대해서 주구장창 횡설수설을 내게 늘어놓는 고객님도 있었다. 유통 서비스업에서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연하지만 나는 웃음과 인사로 응대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 했다. 비록 내용은 정신나간 앵무새마냥 똑같은 말을 지껄여야 했지만.

이때쯤 슬슬 나도 나사가 나갔다. 4시간 가까이에 걸쳐서 똑같은 소리만 하고 똑같은 욕을 먹었고, 앞으로도 똑같은 욕을 먹게 되리라는 것을 아는 입장에서 계속 욕먹는 것이 달가울리가 없잖아. 이때쯤 진짜 디씨 치갤러도 몇명인가 우르르 지나갔고 그놈의 상술 내지 닭값 이야기 계속 내게 늘어놓으며 갔는데 여전히 난 고장난 앵무새가 되어있었다.
와 심지어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나한테 5000원 치킨 물어볼줄은 몰랐다.

그리고 퇴근 직전
바빠서 트위터할 새도 없이, 밥 먹고 쉬고 와서도 이후로 4시간 가차이를 시달렸고 급기야 연초를 태우다 폭발해서 이런 아무생각 없는 쌍욕을 트위터에 미친듯이 쳐갈기고 있었다;;;;; 거의 이 쯤에는 나도 반쯤 미쳐가지고 기계적으로 대답하고 기계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가 마지막에 이런 쌍욕을 남겼을 때에는 진짜로 아무나 그놈의 치킨가지고 다시 한 번만 더 나를 건드리면 반쯤 죽여놓을 태세였는데 기막히게도 딱 이렇게 남기고 난 뒤의 십수분 동안은 아무도 내게 치킨가지고 시비거는 사람이 없었다.
바로 락카에서 유니폼들 집어던지고 바로 옷 갈아입고 돌아왔는데 컴퓨터부터 켜보니 타임라인에 온통 평소엔 항상 상냥하게 글 쓰는 사람인데 화내는걸 처음본다던가 그런 사람이었는데 얼마나 빡돌았으면 저렇게 흥분했냐는 등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많아 그제야 내가 얼마나 쪽팔린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사회생활을 하게 된 이후로는 아무리 힘들고 욱하는 일이 있어도 언제나 어디서나 친절하게, 상냥하게 살기로 마음먹지 않았던가. 비단 내가 유통직원이 아니더라도 매사에 친절하고 긍정적이어야 하는데 이런 식이라니 참 나도 어리다.
지금의 나는 치킨이 미워... 치킨이 싫어...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