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떡볶이, Gnocchi 뇨끼가 있는 홍대 Sogno.

정확히 말하자면 뇨끼가 한국 떡볶이라기보다는 한국의 떡볶이가 큰 범주로 보자면 일종의 파스타인거라는 이야기를 저번에 늄님이 하셨던 것 같은데 이젠 아무래도 상관 없다. 뇨끼는 뇨끼. 떡볶이는 떡볶이인거겠지. 애초에 어떤 나라의 전통음식을 가지고 굳이 어느 나라의 ~다 하는 것이 좀 웃기지 않니. 뭐 이해를 돕기에는 그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은 하지만서두. 

감자를 으깨고 그걸 밀가루랑 섞어 반죽한 뒤 치즈와 버터를 녺인 크림소스와 익혀낸 음식이라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내가 크림소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솔직히 맛있을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흔히 말하는 '이탈리아식 떡볶이' 라는 것이 내게 대단한 환상을 심어주기에는 충분했기에 직접 먹어보러 출동해보았다.

덧붙여 같이 먹어보러 - 요샌 바쁜지 포스팅은 잘 못하는 음밸 싱클냥이랑 같이 갔다. 일하며 공부하며 참 바쁘게 살다가 최근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 것 같은데 모쪼록 잘 지내고 있기를 빈다. 

요새 이런 식의 레스토랑들 대세는 물병을 예쁘게 주는 것인가. 엊그제 포스팅했던 라빠에야도 그랬고 이번에는 보르도 와인 병에다가 물을 따라주더라. 혹시나 해서 먹어봤는데 역시나 와인 맛은 안 났다. 점심시간에 와서 점심 메뉴를 시키면 음료수가 서비스라고 해서 아이스티를 시켰다. 실은 대낮부터 술이 땡기긴 했는데 가격도 만만찮고 나도 돈이 많은 건 아니라서;

마늘빵 조각이랑 올리브유에 발사믹 식초를 넣은 소스가 나온다. 으레 이런 건 음식이 나올 때까지 조금 뜯어먹다가 메인 메뉴를 다 먹고 소스를 깨끗이 닦아먹으라고 나오는 용도인데 보통 먹성 좋은 젊은이들 한둘이 모이다 보면 역시 남김없이 깨끗이 다 먹어치우게 되기 마련이다 -ㅂ-;; 

역시 점심 서비스였던 샐러드. 발사믹 소스 맛이 난다. 부서진 토마토와 올리브. 치즈 조각을 끼얹어서 만들긴 했는데 참 산뜻한 맛을 자랑한다. 서비스로 주는 샐러드라기에는 풍성하다... 다만 메인 메뉴로 시키기에는 아쉬운 마음이 들 정도. 주방에서 중용을 지키는 데 대해서 따로 교육이라도 받았나. 점심서비스 샐러드 치고는 퀄리티가 마음에 들더라. 

싱클냥이 시켰던 토마토 갈릭 파스타. 위에 조금 뿌린 바질가루와 볶기 위해 사용한 올리브유의 향을 제외하면 진짜로 파스타 면과 미니토마토와 마늘, 부순 양파정도밖에 안 들어갔다. 너므살은 한 방울도 안 들어간 지중해식 파스타 그 자체. 진함이나 볼륨감은 완전히 배제되어 있지만 산뜻하고 넉넉하게 먹기에는 더없이 걸맞다. 성장기 청소년에게는 조금 안 좋은 것 같지만;; 

그런데 양이 적은 편은 아니라서 그나마도 싱클냥은 다 못 먹더라. 거의 반절 정도는 내가 먹어치운 것 같다. 솔직히 뇨끼도 내가 다 긁어 쳐먹고파스타도 다 긁어 쳐먹고 우와 새삼스럽지만 나 진짜 많이 먹는구나... 

그리고 - 메인에도 올렸던 사진이지만 이거싱 바로 내가 먹으려고 했던 목표인 뇨끼. 네모낳게 누른 감자경단같은 것이 여섯 개. 그리고 작은 송이버섯같은 것과 치즈가 아낌없이 들어간 소스가 끼얹어진 상태였는데 역시 전혀 고기가 안 들어간 요리임에도 불구하고 치즈와 버섯에서 나는 엄청난 진한 맛이...

.....내게 안 맞아...더구나 짜;;

글쎄 이탈리아를 다녀온 싱클냥 말로는 원래 좀 짠 감이 없잖아 있는 음식이라고는 하던데 고기는 넣지도 않고 버터와 치즈만으로 낸 소스의 느끼함과 박력에 적잖게 놀라게 되는 맛이었다. 시킨 음식인 이상 절대 비우지 않고 깨끗이 소스까지 핥아 먹어치우기는 했지만 역시 느끼해... 한동한 목구멍 뒤쪽이 더부룩해질 정도였다. 그나마 샐러드를 곁들여 먹으니 괜찮더라.

그래 뭐랄까. 딱 김치생각나는 맛... 이라고 생각하는거 보면 나도 참 별 수 없는 한국인인가보다. 처음부터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떡볶이처럼 뇨끼 역시 이탈리아에서는 가정식이나 간편한 일품요리로 먹는 음식인데 무슨 미식가마냥 이런 식으로 평가하고 찌끄려논다는것도 우습기는 하지. 애초에 이탈리아에서는 싼 편인 요리일테고. 자주 하는 이야기지만 우리나라에서 맛볼 수 없는 정서를 먹어본다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소뇨의 퀄리티는 사람마다 맛있게 먹었다는 사람도 있고 짜기만 하고 별로라는 사람들도 있는데 난 오히려 토마토 파스타를 맛있게먹었던 만큼 굳이 뭐라고 평가하기는 좀 어려운 것 같다. 내 생각엔 뇨끼도 토마토 파스타 소스로 지지면 훨씬 맛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이탈리아 하면 토마토 소스라고 생각하는 나의 멍청함 때문일까. 

...

찾기 쉬워서 홍대 정문 롯데리아 바로 옆을 보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는데 그 계단 위에 초록색 간판으로 Sogno라고 적혀 있다. 소뇨라고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점포 안에서는 소노라는 말을 쓰는 것 같더라. 점내는 나 있는 계단만큼이나 좁은 편인데 삐걱거리는 목조 바닥이 분위기가 없을 것도 없다. 햇살이 잘 드는 점내만큼이나 산뜻한 음식들이니 가급적이면 저녁보다 맑은 날 점심으로 가서 먹는 게 더 어울리는 기분이 아닐까 싶다.

가격들은 메뉴당 전부 다 만원 내외. 이런 레벨의 파스타집 치고는 꽤나 평이한 정도의 가격과 맛이 아닐까 싶다. 소뇨는 홍대 정문 바로 앞에서 02년 문을 연 뒤 지금까지 계속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여러 점포들이 바뀌기를 한 해에도 몇 번씩 하는 홍대 앞에서 이처럼 오래 십 년 가까이 한다는 것은 그만큼 이 식당을 아끼는 식도락가들이 있다는 뜻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