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1일 화요일

만화를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 CG하는 경향




서클컷 그림 아직도 끌고 있다... 회장이 천신만고 끝에 내게 갈굼당해가면서 완성해준 선화. 진짜 하얗고 아무것도 없어서 선화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였는데 그나마도 구도 틀어져서 다시 그리고 비례 삐꾸나서 다시 그리고 심지어는 작업하다가 중간에 세이브 못한 채 오캔이 다운되어버려서 또 그리고. 총 3번정도 다시 그려서 준 거라 이걸 뭐라고 할 수도 없는거고...

애초에 이거 내가 3주전에 부탁했던 그림을 닦달 끝에 겨우 얻어낸거였다. 우린 작업속도가 느린 것도 있고 빠듯하게 작업하기 싫으니까 미리미리 좀 해놓자고 했는데 2주간은 노느라 보내버렸고 마지막 한 주는 공부도 안 하는 주제에 시험공부 한다고 보내버렸다... 회장, 너님 이번학기 평점 나보다 낮으면 혼날 줄 알아. 아님 우리 공부핑계는 대지 말자. 


아무것도 없다면 그려서라도 있게 보여야 되는 것이 분업 CG 일러스트레이터의 사명. 부족한 작화나마 내가 그려서라도 메꾸기 시작했다 ㅠㅠ 피부나 눈 채색이야 그냥 내 맘대로 슥슥 하면 되는거니까 금방 끝낼 수 있었지만 머리카락은 이거 뭐 답도 안 보이고 미래도 없고 해서 그저 이 악물고 음영을 채워 넣었다. 러프에 쓰잘데없는 잡선이나 대사는 써놓은 주제에 머리카락에 대한 지시사항이 전혀 없어서 그냥 내맘대로 갈래 잡고 음영 넣기 시작 개시. 


새로 그리는데는 별 능력이 없는 나라서 이 정도 음영표현만 하는데도 피토하는 줄 알았다. 순수히 어두운 암부 명암 넣는데만 두어시간 걸린 것 같은데 뭐 그렇게나 오래걸렸냐 싶지만 나도 왜 그렇게나 오래 걸렸는지 모르겠다... 회장이 다음부턴 좀 러프에라도 음영 넣는 방향이나 광원같은거 그려줬으면 좋겠다. 이거 엄밀히 말하면 사기음영이라고. 


레이어 겹치고 나머지 전부 지우는 방식은 08년에 마지막으로 CG 했을 때 써먹었던 방식 그대로. 브러쉬로 셀 채색 흉내내며 필요한 곳은 블러로 뭉개서 음영 넣는 방법도 그대로. 다만 하이라이트+베이스+암부 3도 정도로 나눠서 했던 채색을 하이라이트+명부 1도+베이스+암부1도+암부2도로 거의 4도까지 나눠서 채색했다. 얼핏 보기에는 뭐가 나아졌냐고 할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타블렛 안 잡은지 3년은 되었어도 여기까지 재현할 수 있는 내 자신에 기특함마저 느낀다. 

오래 안 그리다가 다시 그렸을 때 뿌듯함을 느끼는 것은 그림 못 그리는 사람들의 특징이라고 한다. 뭐 괜찮아. 어차피 그림으로 먹고 살 것도 아닌 내가 잘 그리면 좋은거고 못 그려도 그만인거지. 내기 당구 한 판 정도에 목숨 거는 사람 없잖아. 어차피 그 정도로 하는 동인 참가니까아. 


사나에 텍스쳐라던가 찾아볼까 싶었는데 귀찮아서 그냥 점만 찍는 방식으로 마무리. 원래는 저거 저 문양 아니다. 점도 좀 더 잘잘한 느낌이고 미츠비시 마크같은 무슨 문양도 있었는데 어차피 서클컷 내지는 장식용으로 들어갈 그림이므로 아무도 신경쓰지 못할 게 뻔하다. 

사람의 피부를 채색하는 데 있어 나는 붉은 색을 아낌없이 넣고 어두운 부분의 표현에도 어두운 적색광을 사용하는데 대부분의 친구들에게는 이것이 굉장히 야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보여준 친구들 다 반응이 대뜸 야겜좀 그만하라는 반응이니... 오해할까봐 말하는데 나 진짜 야겜 해 본 적 없다. 다만 좋아하는 채색들이 화려한 원색계열 채색에 투명 브러쉬/셀 혼용이다보니 아무래도 그런 색감을 많이 사용하는 CG들 경향을 따라가니까 그런거겠지.

지금 머리카락 명암도 상당히 풀오프가 강하고 전체적으로 그림의 채색이 솔리드한 느낌이 드는데 다 안다. 마지막에 다 Color balance 탭 조절로 색감 통일하고 조율할거니까 지금은 좀 이상해도 괜찮아. 사실 이게 절대 잘 하는 자세라고는 생각 안 해. 거기에 많이 의지하다보니까 지금의 내가 포토샵 없이는 그림을 그리지도 채색도 못 하는 성향이 되어버렸으니까. 바로 자신이 뽑은 물감이나 마카에서 최대한 색상들이 어울리는 느낌을 낼 수 있다면 정말 멋진 일이지만 그러지 못한다고 뭐 어때? 조정할 수 있는 도구가 있는데. 굳이 색감 메롱된 작품을 잘 하는 짓 아니랍시고 색감 조정하지도 않은 채 내버려두는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아. 


상대적으로 흰색 옷은 그림자만 표현해주면 되니까 수비다고 생각하는데 광원의 성향에 따라 음영의 색깔이 달라지는것을 생각 안 해 볼수도 없는 노릇이고, 대충 표현하면 지독하게 어색해지니까 목숨 거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거, 난 이게 참 귀찮다고 생각해... 조금씩 조금씩 밀어가는데도 도저히 러프의 잡선이 참고가 안 되어서 옆에 앉아 콘티그리는 회장을 끌어앉혀다 암부 명암부분좀 찍어달라고 했어. 난처해하면서 곧잘 찍어주기에 다시 끌어내고 마저 채색 개시. 지금은 음영의 색상이 진해서 꼭 색이 있는 옷처럼 보이지만 이건 작업편의때문에 그런거고 나중에 다 줄일거야. 


어두운 부분에서 더 어두운 부분을 넣는 중. 역시 이 부분도 브러쉬로 그리지만 풀오프를 극단적으로 빠르게 해서 셀 채색 효과를 내긔. 그나저나 유독 소매랑 칼라만 칠하고 가슴 부분을 칠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데 않는 것처럼 보이는게 아니라 실제로 지금 안 칠하는거 맞다. 역시 이 부분도 회장이 선 같은걸 그려준 게 전혀 없어서 내가 질감이나 빛을 상상해가면서 찍을수밖에 없어. 

"선배, 우린 변태니까 다른데는 몰라도 가슴만은 예쁘게 그려야 되어요 ㅠㅠ"

...라고 명언 아닌 잉언을 하는 변태가 옆에 있었다...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그렇게 생각한다면 하다못해 나한테 그리게 떠넘기지 마라 제발 ㅠㅠㅠㅠ 일단 저렇게까지 말한거 내 입장에서도 대충 칠할 수도 물러설수도 없는 입장이고 내일 다시 가슴부분만은 제대로 칠하기 위해서 남겨놨다. 너무 작업하는데 오래 걸렸으므로 좀 쉬었다가 괜찮겠다 싶으면 채색 재개해야지.

밍숭맹숭한 선화부터 여기까지 하는데 이틀씩이나 걸렸다. 다른 그림그리는 친구들은 쓱쓱 한두시간이면 다 완성하더라마는 난 애초에 그림을 배워 본 적도 없고 빨리 할 수 있는 기술도 없으니 시간을 많이 들이는 것 말고는 내가 원했던 퀄리티를 내기가 어려워... 정말이지 부러운 것이 아무것도 안 보고 자신이 상상한 바를 바로 펜으로 표현할 수 있는거라고 생각해. 

...

2박 3일간 회장이랑 때리고 뒹굴면서 타블렛 앞에 앉아있었던 주말. 꽤 재미있었다. 갈굴때마다 회장이 난처해하는게 엄청 재미있는데 그래서인지 회장은 항상 동아리 방이나 친구들에게 갈굼당하는건지도 모르겠다. 이거 중독되어버릴 것 같아...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