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여자친구랑 헤어진 것이 2년 전의 10월 즈음이었나. 피말리는 업무와 내 인내심의 좁음으로 인한 혹독함에 가장 괴롭고 힘들었던 그 때에, 마지막에 날아오르려고 퍼덕이는 날개라도 꺾어 부수는 심정으로 여자친구랑 헤어졌다. 어차피 내가 그 때 죽자 살자 매달려도 기정사실이 그렇다면 헤어져야 하는 결말이었을테니까. 확실한 것은 나는 아직도 왜 그 때의 아가씨랑 헤어졌는지 모른다는거다. 부정적으로는 생각하려는 마음은 없다. 이미 그 시간이 충분히 지나 아물은 것이리라.
처음 일 년 동안은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는 사실을 납득하기도 어려웠을 뿐더러 살기에 너무 바쁘고 힘들어 그런 생각을 못 했더랬다. 마음이 아프다는 것이 꼭 외롭다는 사실이랑 동치는 아니기에 그 때는 그냥 마음을 대검으로 너댓 번 쑤시는 정도로만 아팠을 뿐 주변에 날 위로해 줄 동무들 충분해 마지않으니 혼자라고, 외롭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었다...
... 이후로 당분간 앞만 보고 사느라 어느 새 2년이 다 되어가도록 흔히 말하는 건어물남이 되어가고 있는 와중이었다. 여유도 전혀 없었을 뿐더러 딱히 반쪽을 만들어보려는 의욕 자체가 없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학교를 다니는 지금에도 가장 내게 우선적인 것은 내가 획득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에 대한 의욕이었지 사람의 관계성에 대한 것은 아무래도 좋은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건 비단 이성 문제뿐만이 아니라 내가 만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나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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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스물 중반으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혼자 있었던 2년이라면 길지는 않지만 충분히 짧지도 않은 시간이었다고 본다. 그다지 이전 사랑을 못 잊어 계속 혼자 남아있었던 것이 아니라 머리 속 비우고 열심히 살다보니 벌써 그 정도 시간이 지나갔구나. 나는 최근 외국 유학 문제나 학교 성적, 자격증 등의 문제에서내가 20대 초반에서 겪을 수 있는 문제나 걱정들의 한 단계를 간신히 넘겼다. 이제 좀 더 我-나의 외적인 문제에서 내면의 마음에 대해 신경쓸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지나놓고 깨달아보니 실로 외롭다. 차라리 짝사랑할 인연이라도 있었다면 마찬가지로 괴로웠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형이하학적이고 구체적인 대상이라도 있지. 괜히 가을 비에 들떴다 가라앉는 이 내 마음, 누군가 사랑하고 아껴 줄 대상도 없고 새카만 해양대학교가 여자 없는거야 그렇지만 주변에 연이나 동무는 없고 적들만 가득하니 이 마음 쏟아 줄 대상 희박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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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고독이 몸부림 칠 때. 어느 영화 제목같건만 나는 지금 상대도 없이 외로움만 가득하고 스펙도 없이, 돈도 없이 가난한 마음에도 사랑은 가난하지 않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건만 주변에 없는 인연이라도 만들어 보려느 노력 없으니 이거 어찌 된 일인가. 정말이지 마음 속부터 꼬득꼬득하게 건어물처럼 말라붙어서 이렇게 혼자 청승맞게 가을 비 구경하며 긴 소리 저른소리 혼자 꿍얼꿍얼 늘어놓은 채 마시는 러스티 네일의 녹물맛을 목에 축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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