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칵테일 스태프들 뒷풀이 때 만든 요리.

그러고보니 간신히 새로 받은 하드디스크에서 출토하여 찾아낸 이미지인데. 이제서야 이 일기를 쓰는구나. 이거 준호군이 대강 말아서 구운 아스파라거스 베이컨말이. 만들기 어려운 안주는 아니되 모양을 예쁘게 만드는 것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 일본같은 경우에는 아예 식용 접착제로 미리 베이컨을 붙인 아스파라거스를 팩단위로 버젓이 판매하는 중이다마는 이게 유명하지 않다기보다 자주 먹게 되는 그런 요리는 아니라서인지 보기는 힘들지...

모양이 어떻든간에 맛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 요리기도 해. 이미 베이컨에 간이 다 되어있기때문에 따로 간을 할 필요도 없고 해봤자 후추 정도인데 너무 양념 많이 하면 또 아스파라거스 맛을 다 죽여버리니까. 산뜻한 안주는 아니되 그렇다고 얼마 남지 않은 산뜻함을 다 죽여버리는거라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어. 

요청으로 다 눈 그리긴 했는데... 모였던 곳은 존나 우리집보다 두 배는 더 컸던 레지던스. 바 앞에 앉아있는 두 놈들 빼고 나머지는 전부 다 원래 저번 동방칵테일에서 요리했던 멤버. 사진 찍은 친구는 조주사 민기군. 칵테일같은걸 이것저것 만들어주고 그랬더랬다. 뭐 별 걸 마신 건 아니고 거의 기본적으로는 멤버들 다들 좋아하는 버드와이저에 스탠다드 위스키 몇 잔 곁들인 정도. 

처음부터 위스키로 시작하는 퀄리티. 대강 썰어 낸 메카지키... 다른 종류도 있고.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샐러리에 시저소스 곁들여서 먹기도 했었다. 불에 지져야되는 뭔가를 하기가 귀찮아서 일단 이걸로 올리고 얼근하게 술 올라오면 안주 떨어질때마다 한 명씩 주방에서 만들어오는 식으로 했다. 나는 적당히 취하면 움직이는걸 싫어해서 내가 가장 먼저 몇가지만 후다닥해서 올렸더랬다. 

태현군이 만들었던 로스트 비프. 원래는 오래걸리고 공들여야 되는 요리인데 빠른 시간내에 그럴듯하게 만드는 야매 레시피를 내게 배워가서 이젠 꽤나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더라... 식구들한테 해주고 재료비보다 몇 배로 용돈을 받아오는 못된놈이다마는. 이제는 군대에 곧 가게되니 참 그나마도 아쉽구나. 이걸 만든 태현군은 취사병으로 군대에 간다. 

그나저나 민기군 정말 사진 더럽게 못 찍었다. 역시 귀찮아도 내가 조금씩 찍어둘걸. 

와아....정말이지...두놈 다 참 못생겼다.... 하여간 저것도 제대로 된 사진이 없어서 아쉽다마는. 후딱 볶아낸 과채에 녹말 풀어서 따끈하게 만든 청경계정. 제대로 된 불빛 밑에서 보면 정말 알록달록 화려한 볶음인데 사진이라고 남은 게 두 바보 얼굴이 더 잘 보이는 것 하나라 아쉽다. 이것 레시피도 나중에 태현군이 받아가서 가족들에게 만들어줬다는데 다들 어떠려나.

실은 청경채를 썼어야 하는데 없어서 아쉬운대로 비타민을 사용했다. 맛이야 큰 차이는 없으나 역시 크기와 질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어서 좀 아쉽기 짝이 없더라. 그래도 임기응변으로 바로 만들어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 뭐. 게다가 이거 말고 전분 일일이 발라가며 튀긴 카라아게라던가 사진찍지 못했던 에피타이저라던가 여럿 있었는데 사진이 없어서 아쉬울 따름이다. 

이런 식으로 강남 한복판 레지던스에서 비싼 술에 비싼 재료 써가면서 밤은 깊어갔고 빈 술병은 가득히 쌓여갔다. 이런 식으로 아침 해 뜰 때까지 다들 열심히 마시고, 대강 치운 뒤 나는 출근을 해야 되기에 조금만 눈 붙이다 미리 나왔다. 아 그리고 나오기 전에 잠깐 봤는데.

오늘도 변함없이 술취한 태현군은 아크로바틱한 자세로 자고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