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1일 화요일

연출보다 더 뛰어난 드라마 : 고지전.




전쟁영화는 통상 두 가지에 집중하기가 쉽다. 얼마나 실감나고 무서운 효과로 관객들이 전장 한 가운데에 날아다니는 지 느끼게 하는 연출이거나. 혹은 전쟁이 얼마나 잔인하고 비인간적인지 말하는 피가 튀기는 비주얼. 보통 여기에 집중하기가 쉽더라. 저 유명한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그랬고 씬 레드라인부터 시작해서 윈드토커, 위 워 솔져스 등에 이르기까지. 심지어 전쟁영화의 클리셰를 비웃으려고만든 트로픽 썬더도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그런 의미에서 고지전은 전쟁도 전쟁이지만 사실은 드라마에 대해서 풀어냈다는 점에서 더 의의가 깊다. 비주얼이나 혹은 화면의 연출에 관해서 모자람이 전혀 없으면서 배우들의 연기도 아주 만점. 연기를 잘 했느냐 못 했느냐를 따지는 것이 의미가 없었다. 스크린 밖에서 배우들이 정말 최선을 다해. 끓는 피를 가지고 찍어냈구나 하는 열기가 훅훅 느껴졌다는 느낌. 

영화의 게임성으로서도 흠 잡을 데 없으나 종합적인 스토리와 내러티브가 정말 멋지다. 올초였나 작년 말 전후로 나왔던 한국전쟁 관련 드라마들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연출 또한 무섭다. 영화 광고문구였던 '휴먼대작' 이라는 말이 와닿았던 느낌. 

...

신하균은 왠지 전쟁영화의 이런 포지션만 찍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젊은 대위역할을 했던 배우. 기본적으로 선이 가는 얼굴에 콧날만이 유독 날카로운 이미지였는데 앞으로 어떤 영화를 찍더라도 이 고지전의 이미지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휴전협정 실질발효시간을 두고 마지막 앞둔 전투에서 악어중대라는 이름의 뜻을. 눈물 삼키며 외치는 열연이 굉장히 인상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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