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만든 애니메이션들이나 혹은 세계에 팔겠다고 만드는 작품들을 보면 으레 내셔널리티를 가득 담고 만들때가 많다. 김치 불고기 태권도는 이미 식상하다 못해 보는 사람들이 역겨워할 정도의 클리셰가 되었고 최근에는 그런 성향을 배제하려고 하는 노력들이 조금 있기는 한데,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배제했다가는 이게 무슨 한국 작품이냐고, 픽사나 드림웍스 작품 따라한 거 아니냐고 욕을 줄창 먹게 되니 연출자나 감독으로서 중용을 유지한다는 것은 많이 어려울 터이다.
어떤것이 한국색이냐- 를 논한다면 바로 이렇게. 창녕 우포늪의 사계절과 농가의 색채를 담담하게 동화 한 폭처럼 담아낼 수 있는 이런 것이 한국색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거기에는 그 세계에서 살아가는 한국적인 동물들이 살고 있고 저마다의 세계와 저마다의 정의를 가지고 오늘도 살아가기 위해 치열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잡아먹으며 잡아먹히고 있었다.
실제로 마당을 나온 암탉에는 동명의 유명 동화를 원작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스토리가 빈약할 이유는 없지만 그런 만큼 연출하는 방식에 얼마나 공을 들였고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의 표현 상에서 얼마나 뛰어나게 재해석했는지가 평가의 관건이었는데 많은 이들의 우려와는 달리 마당의 암탉은 수 많은 애니메이션 부문 기록을 갈아치우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개봉일 당시에 사해문서공과 둘이 보러갔었고, 감동적이었지만 아직 정리가 안 되어 생일날 다시 보고 간신히 쓰게 되었다. 적어도 내게 2011년 본 영화나 애니들을 포함해서, 참 신기하게도 쿵푸팬더를 제치고 당당히 가장 멋지게 기억에 와닿았던 작품임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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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영화관에 들어갔을 때. 애들이 많아서 좀 시끄럽기도 하고 짜증났지만 이후로는 많이 숙연해지므로 볼 만 하다. 결말쯤 가면 어른이고 애고 다들 훌쩍훌쩍 우는 소리가 영화관 안에 가득한데. 바로 나와 같이 보러갔던 사해문서공도 눈시울을 실컷 적시면서 보았고 어머니랑 보러 갔을 때만 해도 옆자리 아기랑 어머니가 너무 울어서 미안할 지경이었다.
정작 평소에 눈물이 많은 어머니께서는. 전혀 눈물도, 슬픔도 없이 씩 웃으시며 보시기에 나는 어머니께서 전혀 느낌이 없으신가. 무슨 생각을 하시는가 영화 상영 내내 궁금하기 짝이 없더랬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간 뒤 어머니께 그 이유를 여쭈었더니 하시는 말씀이
"우는 엄마들은. 대체적으로 다들 젊어서 그래. 자신이 이처럼 숭고한 길에 들어섰다는 것을 이제 다시 알게 된 거니까. 너처럼 크고, 또한 나처럼 나이를 먹게 되면. 그것이 숭고하고 멋진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을 알게 된단다. 세상 모든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살이건 뼈건, 목숨마저도 아깝지 않게 내어줄 수 있어. 그건 멋진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이치라는 거란다."
....였다. 난 바보라서 역시 이해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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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족제비의 눈물을 비롯해서 여러가지로 개연성이 부족한 연출이 많았다는 평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들이 적어도 스토리의 개연성을 부족하게 만들지는 몰라도 영화를 보고 있는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그런 연출적인 의미에서는 최고조를 만드는 것도 사실이라. 원작에 없는 장면이라 할 지언정 애니의 재현도는 원작 그 이상이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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