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보이는 이 사진, 자전거로 피나게 달려서 도착했던 카고시마 도심의 야경이 멀리서 보이기 시작했던 이 만 1년 하고도 한 달 전, 새삼스럽게도 다시 그 때의 의욕을 붙잡으려고 하고 있었다. 고국을 떠나왔던 아쉬움이나 그리움에서도 서서히 벗어나서 열심히 달렸던 새로움이나 설레임에 가슴이 두근거렸던 그 때, 벌써 그게 1년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다. 반대로 고작 1년밖에 안 되지만 거의 영원처럼 느낄 수 있었던 1년 간, 나는 그 때 새롭게 다잡았던 의욕을 지금도 이어나가고 있는걸까,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하지 않으면 안 될까.
언제나 난 4월의 초입즈음에 들어서 시인 엘리엇이 이야기했던 잔인한 달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가 많았다. 거의 매년마다 연례행사 하듯이 이야기하곤 했다만, 사실 4월이란 것이 계절적으로도 아직 애매하기 때문에 그러한 잔인한 달 명제에 대해서 곱씹을 기회가 많은 것이 아닌가 슬슬 감이 잡히고 있다. 무언가 미래에 대해서 불안을 느끼거나 새로운 생활에서 오는 이질감, 생소함 때문에 초조한 마음이 잡히지 않을 때... 사람마다 주기가 달라서 내 경우 그것이 4월달과 11월달인 경우가 많은데 새삼스럽게 난 아직도 거기에 대해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이는 내가 한 곳에 오래 정착하지 못하며 늘 떠돌아다니는데다 생활이 자주 바뀌기에 더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매일 변하는 일상과 자의든 타의든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게 되는 특성상 보통 이 계절에는 또 다른 새로운 것을 접하고 도전하게 되는 경향이 많다. 그리고 거기에 직면해서 나는 항상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해. 고교 시절 떠돌아다닐 때에, 지나가던 이에게 들었던 내 역마살에 대해서 진지하게 그것이 사실이 아닐지 다시 생각해보고 있어. 그 때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넘겼는데 그 이후 10년간 일 년 이상을 한 곳에 있었던 경우가 없어. 아직 젊으니까 아무래도 그걸로 괜찮고 언제나 배울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야 그걸로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이런 떠돌이 생활이 얼마나 계속될지 난 아직 전혀 모르겠다.
잘 모르겠으면, 나아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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