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집에서 나 말고 다른 가족들은 내가 이렇게 짐승이든 생선이든 날로 막 쳐서 먹는걸 보면 다들 기겁을 하며 날 지독하게 야만스러운 몬도가네 식성 취급을 하는데... 결과적으로 익혀서 먹는거나 날로 먹는거나 이미 잡은 짐승 입장에서는 그게 그거 아닌가. 뭐 말마따나 산채로 잡아먹는다던가 고통을 주면서 먹는 숱한 많은 식문화에 대해서는 나도 좀 의심중이지만 날로 먹는다는 거 하나로 야만스럽다고 하는 건 좀 슬프잖아 ㅠㅠ...
매주 수요일이 동네 정육점 소 잡는 날인데, 해서 수요일날 가면 아직 체온이 남아있고 피가 줄줄 흐르는 소 내장이라던가 간을 구할 수 있어. 이제 막 잡은 소 같은 경우에는 핏물만 빼고 나면 그 특유의 담즙냄새라던가 쓴 맛이 나지 않기도 하고, 우유나 다른 향료에 담글 필요가 없어. 아직도 체온이 남아있는 따뜻한 그놈을, 꼭 비벼 짜고 찬물에 담가서 핏물만 개운하게 빼낸 뒤에 잘 썰어서 참기름 소금장에 찍어먹으면 이만한 별미가 따로 없어.
근데 역시 짐승 날것은 기생충 때문에 걱정하는 사람이 있긴 해.... 근데 생선이라고 해서 딱히 다른것도 아니지 않겠어. 가족들 다 못 먹는 덕분에 하여간 이런 날 내장회같은 것은 순전히 내가 다 먹을 수 있는데 좀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도 마음껏 혼자 먹을 수 있으니 즐겁기도 하고 참 복잡미묘한 기분이야.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