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1일 화요일

왜 고양이들은 코타츠를 켜면 어른스러워질까.


사가의 시로미즈씨댁 고양이 판과 챠코. 실제로는 얘네 두마리 말고도 맨날 집에 가만히 붙어있질 않아서 사진찍을 방법이 없는 검은고양이 쿠로나 그밖에 얘네들이 데리고 놀러오는 고양이들이 여럿 있는데 요 녀석들의 공통점은 나를 참 굉장히 싫어한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가까이만 가도 막 야옹거리면서 도망가거나 저리 가라고 위협하는데 그렇게 막 짜증을 낼 정도로 날 싫어하면서도 가끔씩은 내가 머리를 만지는 걸 허락하거나 혹은 가만히 있을 때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코타츠를 켰을 때다.

일본 속담에 코타츠 안에서는 귀신도 잠든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에, 내가 먹이봉지를 부스럭거리거나 캔 따는 소리를 내지 않는 이상은 내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마자 도망가기 바쁜 이 녀석들도 머뭇거리는 기색 없이 기어들어온다. 그리고 이미 따뜻해진 내 다리를 부비적거리며 털이 탈 지경으로 뜨거운 코타츠의 열기를 마냥 쐬며 가르랑거리는 것이다. 


내가 먹이를 주거나 개다래 열매를 가지고 있을 때, 코타츠를 켰을 때만이 이 녀석들을 마음껏 쓰다듬거나 잡아당겨 볼 수 있을 때다. 평소에는 그렇게 날 밀어내고 도망가면서도 이런 때에는 관대해지는 것을 보면 때론 말 못하는 이런 고양이들이나마 그들의 마음을 평화롭게 하고 어른스러워지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직 난 잘 모르겠지만 얘들은 유키코씨가 말하면 야옹거리며 대답하기도 하고 가끔 진짜로 말을 알아듣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상당히 영리한 모습을 보여준다마는, 그리고 그렇게 친하게 지내는 것이 가능하다마는 왜 때리지도 않고 못살게 굴거나 놀리지도 않는 내가 가까이 가거나 안아올리거나 하면 @△@ 요런 표정이 되어서 야옹야옹 허우적 버둥버둥거리는 걸까.

하지만 또 우스운게 이들도 내가 자고 있을 때에는 꼭 내 곁에서 몸을 붙이거나 아예 기어올라와서 자곤 한다. 유키코씨 말로는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까닭에, 사람이 잠들면 따뜻해지기에 특히나 나 같이 젊고 따뜻한 사람을 좋아하는거라고 하는데... 헌데 묘기척을 의식하고 내가 깨거나 손을 뻗으면 역시 바로 뛰어 도망가버리곤 한다. 


맨 처음에는 내게 나는 냄새가 싫은걸까 싶었는데, 내 냄새가 배인 물건이 가득 들어있는 내 가방을 열어놓으면 꼭 이렇게 가장 먼저 달려와서 당당히 들어가 있는다던가, 역시 내 서랍장을 열어놓으면 뭐가 좋은지 그 안에 꼭 들어가서 적당히 헤집어 자기 몸에 딱 맞는 자리를 만들어놓고는 거기서 식빵을 굽든가 고양이 전골을 만들어놓고 있다. 역시 그러고도 내가 가까이 가거나 부르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곤 한다. 참 얄밉기 이를 데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렇게 먹이를 준 직후 잠깐 외에는 이런 모양을 보기가 어려워... 판쨩이 먹이를 먹고 난 뒤 잠깐 쉬는 타임을 이용해서 붙잡았는데 역시나 등 뒤에서부터 귀찮다~ 싫다~ 하는 포스를 마구마구 풍기는 정말이지 못된 녀석. 나만 보거나 손만 뻗으면 도망가는 주제에 먹이를 주거나 코타츠를 켤 때, 그리고 이불을 깔아놓거나 하면 그렇게 싫어하면서도 같이 와서 부비적거리는 얄밉기 짝이 없는 고양이들이다. 

정말 왜 그럴까, 고양이는 왜 때때로 정말 사소한 데에서 애 같다가도 왜 또한 정말 사소한 곳에서 구도자같아보이기도 하고 어른스러워보이기도 하는 걸까. 그리고 그들과 친해지기 위해서 나는 어떤 귀찮은 짓을 해야 하는걸까. 가급적이면 그냥 귀찮지 않고 힘들지도 않게 친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생각하자며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어...

by. Sterlet. 

괭이를 여남은이나 건사하되 요 녀석들처럼 얄미울까.
먹이를 주며는 가르랑 가르랑 골골거리며 문지럭 꿈지럭 옆구리를 비비고
손 뻗거나 안아올리려 하면 므르락 나오락 야옹야옹 밀어내며 할퀴어 단념하게 한다.
하나가쓰오가 아무리 접시마다 남은들 니네들 먹일 일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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