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순대볶음.

항상 자취라는 타이틀을 달고 뭘 하면, 대강 그 중에서 몇 가지 연상으로 붙일만한 키워드가 있다. 조리 시간이 짧다던가 재료가 간단하다던가 - 최소한 이상한 허브같은 것은 넣어서는 안 된다던가 - 적어도 오븐은 쓰지 않고 냄비나 후라이팬으로만 다 끝내야 하며 무엇보다 귀찮지 않을 것... 등등이 타이틀인데. 그래서 나랑 사촌형이 방에 있을 때 이것저것 식자재를 뒤져가며 해먹는 거라곤 대체적으로 금새금새 볶거나 끓여낼 수 있는 것들 뿐이다.

사실 이 기준은 사람마다 달라서, 정말 라면 하나만 끓이기도 귀찮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지고 볶고 심지어 오븐이나 찜통 곁에 두고 내내 불 보고 있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 있으니 엄밀히 말하면 케이스 바이 케이스긴 하지. 친구들 반응도 제각각이더라. 아무리 자취지만 그래도 좀 제대로 챙겨먹으라는 사람도 있고, 자취생이 라면이면 됐지 뭘 또 이것것 해먹느냐고. 

하여간 뭐 그래서, 저거 별 거 없고 그냥 양조간장이라 참기름이랑 물엿 들이붓고 파채 남은거 다 털어 넣어서 엊그제 회식하고 남은 피순대 볶고 지지기만 하면 돼. 양념을 맵게 해서 매콤하게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좀 뻑뻑했던 느낌이 들어. 밖에서 사먹는 것은 좀 더 질척질척한 질감이었는데... 당면이 아니라 피라서 그런걸까. 

뭐 그래도 간만에 맛있게 먹었으니까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