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이 잡혀가는 과정이라고는 한다마는. 그래도 막상 깨끗하기 그지 없는 수조 표면에 저런 식으로 녹조나 갈조가 잡히기 시작하면 기분이 좋을리가 없는 것이다. 카드로 문지르는것도 하루이틀이지. 곧 유목과 해니스톤, 심지어 여과기에도 조금씩 갈조나 녹조의 군집이 잡혀가기 시작하는데... 어느정도 창궐하다가 사멸한다고는 하지만 그러면 또 그 때 죽어서 떨어진 갈조들이 둥둥 떠다닌다고 생각하면 대량환수하기도 민망하다.
맨 처음에는 녹조 제거제를 투입할까 생각했는데 현재 활착시켜놓은 수초가 녹조에 가까운 이끼류- 모스다보니 한창 활착해서 자라고 있는 수초들의 생장을 늦추기도 좀 그러더라. 훗날 CRS를 투입할 생각이라면, 그리고 투입하지 않더라도 가급적 물에 약품은 치지 않는 편이 좋다. 아무리 좋은 약이고 정화제라고 해도 결국은 화공약품인 이상 투여하지 않을 수 있다면 하지 않는게 좋은거다.

그래서 내내 고민하다가 생각한 것이.... 맨 처음에는 훗날 합사하는 것을 생각해서 오토싱을 넣을까 했는데 사촌형은 이런 얼룩덜룩하고 멍청한 플레코 셀핀 스토모스가 더 좋다며 굳이 플레코를 사자는 것이었다. 나야 뭐 아직 CRS 넣지도 않았고 플레코도 아직 작으니까 별 상관 없겠지 싶어서 수긍. 어차피 내 돈 주고 사는것도 아니니까.
그렇게 아직 5cm나 될까 싶은 새끼 플레코를 사온 뒤 수조에 두어시간정도 물을 맞댔다. 사실 원체 생명력이 강하고 아무거나 잘 쳐먹고 잘 사는 놈들이라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거같은데.


모스에 연두색으로 새순이 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물 맞댐 끝나고 입수할 때는 의외로 기운차게 바로 어항 밑바닥으로 헤엄쳐 내려갔는데 막상 입수한 뒤로 하루정도는 유목이나 여과기 그늘에 붙어서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이틀정도 지난 뒤에 물에 좀 적응이 되었는지 수조벽에 배와 주둥이를 찰싹 붙이고 조류를 신나게 긁어먹기 시작했는데 불과 입수 뒤 사흘정도만해 두마리가 1자 어항의 녹조는 물론이고 실리콘 면에 낀 물곰팡이까지 싹 긁어먹었더라.
단점이 있다면 먹는 양이 있는 만큼 똥도 오질나게 싸댄다는건데 저면여과기도 없고 해서 그냥 똥싸면 이틀에 한 번씩 사이펀으로 빨아낸 뒤 10%씩 환수해주고 있다. 사실 굳이 환수해줄 양도 아니고 충분히 분해되어서 여과기에 흡착할만한 양이다마는 배설물 떠다니는거 보면 그냥 내 기분이 더러워져서 수질관리는 세심하게 하고 있다.
다만 물 잡으러 투입한 제브라랑 플레코가 신나게 쳐먹고 푸짐하게 똥 싸지르는 모양을 보자니 내가 진짜 CRS 수조로 만드려고 이 짓을 하는건지 아니면 점점 테트라항을 만들고 있는건지 헷갈리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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