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1일 화요일

남한 한가운데서 비를 만나다.




현재 전 지역적으로 내리는 비에 발이 묶여 영동군 황간면에서 약 하루를 그대로 머물고 있다. 생각해보니까 재작년에도, 2007년에도, 그리고 맨 처음 내가 전국일주를 시작했던 05년에도 문제는 비오듯 쏟아지는 땀이나 작열하는 태양이나 그 밖에 사소한 문제점들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불어닥치는 비에 가장 고생을 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리고 내 근성이나 의지로 어떻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렇게 상황에 발목잡혀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참 암담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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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여행을 같이 떠나기로 했던 친구들과 어제 오전 동대전에서 집결하여 동쪽을 향해서 그대로 밟는 여정을 계속하고 있는데... 현재 대전에서 떠나 들이닥치는 비 문제로 영동군 황간면에 닿기까지 적산거리 65km 남짓. 평소에 혼자서 100km에서 150km 내외를 자전거로 달렸던 것을 생각하면 평소 혼자 달리던 거리의 절반도 안 된다는 사실을 상기해볼 때 참 비참한 기분을 감출 수 없다. 자전거 여행 평균 시속이 15km정도 된다는 사실을 생각해볼 때 자전거 일주를 벌써 네 번째 하고 있는 내가 이 속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평소나 평균보다 정말 느려빠진 페이스다 .

원래 여럿이서 가는 여행은 평소보다 조금씩 느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07년 처음으로 일행을 달고 떠났던 자전거 여행도 일평균 80km 내외를 달렸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페이스는 정말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혼자서 평균적으로 달리던 100km는 고사하고 여럿이서 달릴 때 평균이던 80km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 채 하루를 소비한데다 기상 상황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어저께 바이크의 정비에 시간을 너무 들였던 것도 조금 문제가 있었다. 원래 미캐닉이던 제로군이 만져준 내 하운드야 별 이상 없이 잘 달려주었지만 같이 가는 미드군의 드롭바 조절과 규식형님의 프론트 디스크로터에서 소리가 나는 문제를 잡는데만 두어시간을 그대로 소비했고 결국 대전을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오후 3시쯤에나 가능했다. 간신히 옥천을 넘어가고 4번국도인 영동군으로 진입한것까지는 좋았는데, 이제 영동군에 닿자마자 규식형님의 체력은 고갈되어 10분 달리고 10분 쉬는 상황에 닥치게 되었고 노근리를 지나 황간면에 닿자마자 암묵적으로 모든 친구들이 그냥 오늘까지를 황간에서 보내는 데 동의했다. 

참 가지가지 문제다. 멤버들 각자의 체력이나 페이스가 다른 문제부터 시작해서 당장 일요일에는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미드군이나 늦어도 월요일에는 일본행 배에 몸을 싣지 않으면 안 되는 나나 지금 체력이나 근성이 문제가 아니라 상황이 발목을 잡는 상황에 대해 기세가 등등한데 이대로 계속 일정의 강행이 느려지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좀 더 다른 방법으로 현재 직면한 상황을 설득하거나 여러가지로 팀원들끼리 토론이 필요하지 않은지 생각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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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의 전국 일주와는 다르다. 물론 내가 외국에 나가서 살기 전에 마지막으로 조국의 산천을 눈에 박고 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친구들과 의 상해가면서 이래야 하나 생각하면 그것도 꼭 적당한 방법은 아니다... 언젠가 07년도에 직면했던 상황이 그로부터 5년은 지난 지금 내게 그 때보다 현명한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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