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빈에 대하여. 세계 최고 권위의 여성 문학상 '오렌지 상 수상작' 원작.-모성 이야기와 심리 스릴러가 절묘하게 혼합된 이 작품은 '소시오패스 아들을 둔 어머니의 독백'이라는 충격적이고 독특한 설정.
돌이켜보면 더 많은 '이야기'를 원한다던 내 말은, 사랑할 다른 누군가를 원하고 있다는 걸 암시하기 위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우린 한번도 그런 걸 대놓고 얘기한 적이 없었지. 그러기엔 우리 둘 다 수줍음을 너무 많이 탔거든. 게다가 난 당신만으론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넌지시 알려줄 수 있을 만큼 대범하지 못했어. 우리가 떨어져 있으니 말인데, 난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당신과 사랑에 빠진 것이 내게 일어난 가장 경이로운 사건이었다는 걸 당신에게 더 자주 말해주지 못했던 걸 후회해. 그건 단순히 사랑에 빠진 것, 진부하고 유한한 것이 아니였어. 난 정말로 당신을 사랑했어. 우리가 떨어져 지내는 지금, 난 하루도 빠짐없이 당신의 넓고 따뜻한 가슴을 생각해. 매일 백 번씩 팔굽혀 펴기로 단단하게 다져진 가슴근육의 언덕과, 비행기를 탈 필요가 없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아침마다 내 정수리를 따스하게 누일 수 있었던 쇄골 골짜기를. 때론 당신이 모퉁이에서 "에-바!"하고 내 이름을 부르는 걸 들을 때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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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절대, 단 한번도 당신을 당연한 존재로 여긴 적 없었어. 그러기에 우린 너무 늦게 만났으니까. 그때 난 서른셋이 다 된 나이였어.당신이 없었던 내 과거는 너무 황량했고, 난 일상을 함께할 동반자가 생기는 기적을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지. 오래된 내 감정 목록의 조각들에서 죽지 않고 살아난 뒤, 내앞에 나타난 당신은 매일 같이 꽃다발을 갖고 와서 나를 못쓰게 만들었어. 당신은 내게 아무 이유도 없이 깜짝 꽃다발을 갖다 줬고, 'XXXX, 프랭클린'이라고 적어서 냉장고 자석으로 붙여 놨어. 그렇게 해서 당신은 날 욕심 많은 여자로 만들었고, 난 자기 밥값은 하는 여느 중독자들처럼 더 맣은 것을 원하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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