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1일 화요일

펜선을 간신히 마감했습니다만.




짤은 회장이 가슴을 그리면서 풀 수 없었던 이번 회지의 한을 다리를 그리며 풀었던 스케치. 펜선보강이 이루어진 지금은 좀 더 볼만한 그림이 되었다. 어제 점심나절부터 펜선 마감작업을 개시해서 밤을 하얗게 샜다. 그런 뒤 그 다음날 오후, 1시가 되어서야 간신히 펜선작업을 마치고 3시쯤에 되어서야 스캐너로 전부 스캔하여 데이터化를 마친 것이다. 

3월 말엽, 군대가기 직전의 기념으로 회장이 동인회지를 내고 싶다는 데에 나는 만약 본인이 진실로 원한다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회지를 낼 수 있을 것임을 약속하고 동인회지 작업에 착수했는데 사실 회지를 새로 그리게 되었던 그 때만 하더라도 내가 진정 이게 궤도에 올라갈 정도로 할 수 있을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작업하는 내내 불투명하게, 정말 이걸 인쇄하는것이 가능할지 어떨지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이것이 드디어 윤곽을 드러낸 것이다. 

작업하는 내내 힘든 일이 정말 많았다. 각자의 의지력이 부족해서 서로 두들기는 일도 많았고 능력이나 시간이 부족해 허덕이는 경우도많았으며 사실상 동인작업이라는 것이 그렇게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시점에서 작업은 우리에게 어떤 유희라기보다는현실로 다가왔더랬다. 비록 우리는 프로도 아니고 각자가 미술이나 만화랑은 전혀 관계가 없는 자연대나 공대, 해양대, 인문대의 각 학생들중 간신히 한 명일 뿐인 것이 아니었던가. 


지쳐가는 회장을 다독여가며 콘티를 완성했을 때만 해도 닷새 안에 펜선을 마감하는 것이 - 결국 사실상 이레가 걸렸다 - 불가능하게 느껴졌지만 다들 이를 악물고 방학이 시작된 요 일주일간 네 명이서 미친듯이 컷을 분할하고 스케치를 하고 펜선을 먹이고, 또한 그것을 보강한 끝에 간신히 43페이지 가량의 원고가 완성되었다. 일반적인 프로에 비교하자면 굉장히 조잡하고 빈약한 원고가 아닐수 없지만 보통 빡센 분량의 월간지 일회분 연재량을 우리들 네 명이서 손으로 그렸다는게 신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사실 콘티를 비롯한 작업들은 거의 근 두 달 전부터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내게는 사실상 이것이 더 의미가 큰 이유가, 아무리 별로 볼 것 없는 원화라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표현력이 풍부한 그림으로 만들어주는, 서클 내에서 CG 포지션인 내가 드디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왔기 때문이다. 

물론 스토리 전반과 콘티 작법, 선의 운용에 대해서 회장에게 조언을 하고 수많은 작품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것이 회장의 일에 대한 조력이었지 내가 주도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었으니까, 이제 종이 위에 펜으로 손수 그리는 공정은 끝나고 본격적으로 타블렛을 쥔 내가 감압펜을 뽑아들고 포토샵의 이미지 캔버스라는 전장에 달려들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모두들 힘내자. 시작이 절반이고 전 공정중에 절반을 마친 것이니 우리는 거의 다 온 것이나 다름없다. 스토리 스케치를 맡은 회장도, 작화를 보강하며 CG와 편집을 담당한 나도, 펜선과 귀여운 소품을 맡은 아람냥이나 회지 지원과 꾸미기를 맡은 지영냥에게 그들이 원한다면 전공도 아니고 앞으로 이 길로 먹고 살 생각이 없는 우리도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세시간인가 눈 좀 붙였더니 그나마 살 만 하다. 다른 멤버들은 자고 있겠지. 

...

이제 펜선공정이 끝났으니 나는 서울로 돌아간다. 일단 내일 바로 오전에 교육을 받은 뒤 전에 일하던 롯데마트 FSV로 투입되는 모양인데 이처럼 회지작업이 끝나자마자 쉴 새도 없이 돈 벌러 투입되는 자신이라니, 그래도 역시 인쇄비 벌려고 하는 짓인데 못할 건또 뭐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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