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1일 화요일

고등어 그리긔




이번에는 고등어다. 저번 돔발상어의 경우 중간고사 과제였고 이번에는 기말고사 과제... 애들 다 기억도 못 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저번에 사촌형이 도감그림이 문제가 아니라 완전 미술작품 수준으로 과제를 해 온 전과가 있어서 나도 이번에는 좀 열심히 해야겠다고 그려봤는데.... 근데 어떻게 봐도 대단히 만화그림체라 이게 내 한계구나 싶기도 해 ㅠㅠㅠ

그래도 딱 보기에도 저번에 로타모에게 원화 받아다 상어 그렸을 때보다, 이번에는 선화까지 확실히 내가 전부 문댔고 딱 보기에도 저번에 상어 그림보다 더 성의가 보여서 이건 또 이대로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 오늘 하루 써서 그린 그림 치고는 시종일관 지루하지도 않았고 적당히 놀면서 그릴 수 있어서 좋았다. 점심때 시작해서 딱 저녁때 끝났구나.


일단 고등어 한 마리를 준비. 이번엔 채집개체가 아니라 인근의 마트에서 신선하고 단단해보이는 것을 샀다... 근데 이건 그냥 그림그리고 해부해본 뒤에 버릴건데 마리당 3500원 와 씨바... 엄청 큰 것도 아니고 중치짜리 고등어가 이 가격인가... 음식을 남기거나 먹지도 않을 생물을 죽이는거, 굉장히 싫어하는데 아무리 해부해보고 그림그리는 식의 용도가 있는 녀석이라고 해도 먹지도 않고 버린다는 데 조금 죄책감이 느껴졌다.

밑에 부엌칼은 크기 실측용으로 갖다놓은것. 대강 30cm정도 되려나.


일단 보면서 선 따기. 사실은 이번에도 선화 좀 다른 친구들에게 어떻게 부탁해볼까 에헤헤 했는데 다들 바쁘다거나 아니면 작업속도가 너무 느리다거나 혹은 싫다거나 해서 그냥 내가 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촌형은 이전에 했던 방식으로 스케치북에 쓱쓱 문지르는 모양. 나 역시 이전과 같이 타블렛으로 선 따고 채색하는 방식으로 그리기 시작했는데.


뭔가 미묘한 위화감이 있어서 대단히 신경쓰였는데... 그래... 이거... 고등어가 꼭 만화같다. 생각해보니까 컴퓨터로 러프하고 선 따고 채색하는 그림이 원래 만화그릴 때 많이 쓰는 방식인데 그렇게 그리고 있으니까 고등어가 만화틱하지 않을 수가 없겠지;; 그래도 익숙한 방법대로 해서 그런지 전에 상어 채색하는 시간보다도 선화는 빠른 시간에 끝낼 수 있었어.

이거 하면서 회장에게도 CG 시범삼아 한번 트레이싱하거나 베끼는 식으로 묘사해보라고 했는데 되게 지글지글하게 그리고 있더라. 회장 그림체도 예쁘고 잘 그리는데 이상하게 가끔 전혀 회장의 실력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그림을 그리곤 해서 좀 이상하다... 일단 회장도 한번 선화를 완성했으면 채색해보라고 권하는 중.


고등어의 특징은 파란색 등에 희고 매끈한 배, 그리고 총알같은 방추형의 단단한 몸매인데, 선화로 그린 고등어는 이게 그냥 물고기인지 고등어인지 모르겠다... 방추형 몸매야 그러기는 한데. 애초에 내가 작화를 잘 하는것도 아니고 채색 주력이라 어쩔 수 없지만 막상 선화가 부실한데 거기다 채색으로 어떻게 넘기는 건 눈속임 아닌가 싶어서 마음이 아프다. 주변에 괴물들이 너무 많아선가. 딱히 그림쟁이도 아니고 그림으로 먹고 살 것도 아닌 내가 잘 못 하는 것도 어쩔 수 없지만.

그런데 이렇게 핑계대는것도 무언가를 잘하거나 못하는가에 대한 편리한 변명처럼 느껴져서 찔리기도 하고... 앞으로 어류학 실험실로 가지 않는 이상 이번에 그리는 고등어는 마지막 과제고 앞으로도 이렇게 물고기 그림을 그릴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만화 말고 다른 것을 그리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채색은 옅은 색부터... 그런데 채색까지는 진짜 만화처럼 좀 하기도 그렇고, 저번에 상어 그림 그릴때랑은 다르게 이번엔 색깔도 강하고 무늬도 자글자글 눈에 띄게 있는 편이니까 똑같이 민자 브러쉬로 문지르기는 조금 무리가 있어. 그랬다간 만화같은 고등어가 아니라 진짜 만화 고등어가 되어버려... 수채화 느낌 비슷하게 할 요량으로 레이어를 분할하고 채색 개시. 점묘하듯 찍고 문양을 그릴 때에는 적당히 필터를 적용해 가면서 쓱쓱 긁는거야.


채색 다 하고 필요한 필터로 효과를 적당히 준 뒤 채색이 삐져나오거나 이상한 부분을 적당히 다듬어서 완성. 이거 고등어 해부도 하긴 했는데 이건 그리는 이야기라.. 창작밸리에 고등어 내장이랑 피가 흥건한 사진을 올릴 수는 없어서 이 정도로 끝. 근데 이거 어떻게 봐도 대단히 수채화로 채색한 만화 고등어같다... 만화 그림체라는 것이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젠 뭘 그려도 만화처럼 보이는 걸 보면 내게도 그림체라는게 조금씩 생기나 싶기도 하다.

저번 상어 선화보다 예쁜 모양으로, 그리고 좀 더 수묵화 같은 느낌도 나서 좀 더 애착이 가는 것 같다. 앞으로 또 이런 그림을 그리게 될 지 어떨지도 알 수 없고 다시 그리게 되더라도 이런식으로 도감식이 아닌 내 그림체로 물고기 그림을 그릴 기회는 없겠지만 그런 만큼 처음이었던, 어류학을 들으면서 그렸던 두 마리의 물고기에 의의가 있었노라 생각된다.

by. Sterlet.

돈을 왜 쳐먹어 바보야. 돈으로 밥을 사먹어야지. Anti These


해양대 3층 화장실에 적혀있는 낙서였다. 돈만 있으면 뭘 못하고 뭘 못 먹을까. 죽고싶으면 돈 먹고 죽으라고. 마지막에 참 병맛돋지만 타이르듯이 돈을 왜 쳐먹냐고, 돈 있으면 밥 사먹어야지 하고 자조하는게 - 뭐 사실은 그냥 할 것 없이 배설을 하러 온 학우들의 뇌적인 배설이겠지만 - 요즘 우리네 가난한 국립대 학생들이 나누는 한인 것 같아서 마음이 저미기도 한다.

반값 등록금 공약이 사실 등록금 자체가 비싼게 문제라기보다는 그 비싼 등록금을 왜 내게 되었느냐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나에겐 조금 포퓰리즘이 없지 않게 개입되었다고 생각하게 한다. 공약이니 확실히 등록금을 내려야 하긴 하는데, 그렇다고 내린 등록금은 결국 언젠가 사회 전체의 다른 편의 편익을 깎아먹게끔 된다고 생각하면... 애초에 등록금 뿐만이 아니라 대학을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 풍토 전체적으로 걸려있는 일이니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고 받아들여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가 꼭 등록금 거의 안 내고 다녀서 이러는 건 아니다. 어차피 반값 등록금이 실현되면 결국 등록금 혜택을 많이 볼 사람도 나고 부담 줄어들 사람도 나지만. 원칙적으로 문제인 것은 현상이 아니라 그 현상이 발생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

본격적인 기말고사 시즌에 돌입했다. 이번 주말부터 과제 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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