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1일 화요일

고등어 해부하긔




혹 실수로라도 내가 이걸 애완반려동물 밸리에 올렸다면 난 쥐도 새도 알게 가루가 되도록 까였겠지... 사진은 구글에서 발견한, 우리가했던 것보다 좀 더 잘 된 대서양 고등어의 해부도해. 죄다 프랑스어로 적혀 있어 우리가 했던 그것과 비교할 때 무슨 부분이 알 수가 없어서 이걸 다시 영어로 번역하느라 고생했다.. 수컷이긴 한데 우리가 그렸던 것은 대서양 고등어도 아닌 일반 극동 연안 고등어고 수컷인지 어떤지도 몰라서 이런 데 동정의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 ㅠㅠ


자 그렇다면- 어제 그렸던 고등어의 아가미 뚜껑을 들어내고 배가죽을 절개한 뒤 복막의 근육과 함께 벗겨낸다. 상늑골이 아마 여기저기 가로막고 있을텐데 잡고 당기면 잘 빠진다. 메스나 겸자가 있다면 훨씬 더 용이하게 해부해봤겠지만 근처에 의료기재사도 없고 집에 있는 것은 다용도 부엌칼과 커터칼 뿐이라, 해부하는 고등어가 덜 상하게 도인을 최대한 예리하게 잘 갈며 해부하지 않는 부분이 상하지 않게 노력했는데 그래도 식칼은 메스만 못해 쥐기도 불편하고 근육이나 내장의 많은 부분을 상하게 하더라

원래는 모가지를 치거나 꼬리를 잘라 매달아두어 핏기도 다 빼내야 하는데 생략한 지라 피도 굉장히 많이 나왔다. 아무리 신선한 것으로 진행했다고 해도 비린내가 심하여 해부한 모습을 관찰하는 내내 비린내로 상당히 괴로웠다. 다 마친 뒤 남은 잔해를 폐기하고 내내 환기시키고 초를 켜 두었는데 만으로 하루를 넘겨서야 냄새를 다 뺄 수 있었어 ㅠㅠ 


고등어 뿐 만이 아니라 어류에서 나는 비린내는 피부 진피층 심부에 있는 염기인 구아닌의 냄새라고 한다. 비린내가 덜하고 더하고의 차이는 이런 차이인데 비늘이 아닌 피부에서 그렇게 은색을 띠는 구아닌 성분, 즉 빛깔이 금속성으로 반짝하는 어류일수록 이러한 냄새가 심하다고 한다. 고등어의 냄새는 구아닌 외에 히스타민 독소의 냄새도 있겠지만...

하여간 힘들여 가죽을 벗겨내고 살을 잘 발라낸 뒤 상늑골을 치우자 내장기관들이 저런 모양을 하고 있었다. 맨 처음 배에 칼을 넣을 때 잘못넣었는지 실수로 위의 일부분과 다량의 유문수를 잘라먹었기 때문에 사진에 보이는 것은 일부만 남은 것이다. 유문수가 원래는 정말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솜털처럼 많이 있었지만 그래도 반절 정도는 남아서 유문수의 구조를 보기에는 충분했다. 부레의 공기는 거의 빠진 상태였으며 그 외 간이나 비장도 비교적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어서 어떤 형태적인 모양을 우리들이 관찰하기에는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새궁의 형태는 평소에 보기 쉬운 잉어과의 물고기보다 뒤로 과도하게 굽은 모양을 하고 있고 부드럽고 뾰족한 모양의 새파와 새빨갛게 촘촘한 모양을 띈 아가미가 빠르게 헤엄을 치며 운동량이 많은 고등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일반적으로 표본이나 교재용으로많이 쓰는 새궁의 모양새는 보통 잉어과의 평범한 고기들을 쓸 데가 많아서... 이런 건 보기 힘들지. 설사 그것이 이렇게 음식으로 식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등어일지라도 말야... 


살과 내장에 희고 가느다란 것들이 조금 남아있어서 유문수의 잔해가 아닌가 싶었는데 질감이 달랐어. 균일한 크기를 띄며 골격근과 아가미 여러 부분에 박혀있는 이것은 저 유명한 Anisakis, 고래회충으로 유명한 기생충이야. 고등어를 비롯한 붉은살 생선들의 내장에 기생하여 중간숙주로 삼았다가 최종적으로 고래를 비롯한 해양 포유류를 최종숙주로 기생하는 생태를 가지는데, 이 기생충의 알이나 성체를 사람이 잘못 섭취할 경우 위나 장벽에 단단히 이빨을 박고 점막을 갉아먹기 시작하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해. 

혹시 사람이 감염될 경우 약리적으로 죽이거나 몰아낼 방법은 없고 내시경에 붙은 티저로 잡아내거나 최악의 경우 개복수술을 해야 하는 기생충으로 악명이 높아. 고등어나 가다랑어, 꽁치라면 숙주가 아닌 개체가 거의 없으므로 잘 손질된 생선이라고 할지라도 가급적이면 오래 잘 구워먹는 편이 좋지... 사실 비단 고등어가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생선들은 기생충이 많아서. 

다 쓴 고등어는 덜 드는 칼로 헤집었더니 많은 부분이 상해서 먹을수는 없었어... 결국 동정과 해부용으로 썼으니 제 목적을 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신앙인으로서 음식물을 먹지 않고 버리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더라. 저번에 동정 후 고정하여 표본으로 만든 상어도 그랬으며 이번의 고등어 역시 결국 먹을 것도 아닌 고등어를 죽이는 셈이니 죽은 고등어에게 미안하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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