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그렇게까지 싫어했던 평범돋는 몰드 초콜릿이었다. 사실 올해는 무얼 할까 여러가지로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작년에 했던 파베 쇼콜라는 이젠 너무 흔한 아이템이 되어버렸구 좀 색다른 걸 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고 생각하는 요즈음이었다. 해서 지금 일하는 직장의 협력사에서 제공하는 레시피 북이나 뒤적거리다가 올해는 캐러멜 퐁당이나 위스키 봉봉을 하자고 마음먹었다. 어쩌다 보니 휴무는 마음대로 조정이 되지 않아서 별 수 없이 발렌타인데이 당일 오전에 모여서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때 몇 가지 사소한 문제가 생겼다. 일단 나는 엊그제부터 조금씩 열이 나거나 오한이 도는, 그닥 좋지 않은 컨디션이었고 같이 쵸코를 만들겠노라 한 루미스도 갑자기 급체인지 식중독인지 알 수 없이 아파져서 못 오게 되었다. 여기에서 난 몇 가지 결정과 타협을 해야 했다. 최악의 컨디션과 루미스 없이 열악한 재료를 감수하고서라도 원래 생각했던 레시피를 강행할것이냐 아니면 적당히 상황과 타협하여내 그닥 좋아하지 않는 '초콜릿 녹여다 다시 굳히기만 했을 뿐'인 쉽고 간편한 몰드 재처리 쵸코를 만들 것인가. 나는 현상과의 타협을 선택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구.

몰드나 커버쳐는 요새 저렴하지는 않지만 편리한 것이 묶음 DIY세트로 많이 나와 있었다. 일단 상황과 타협하자 너무 이것저것 귀찮아진 나와 준호군은 그냥 모든 것을 포기하고 템퍼링이 필요없는 튜브타입 쵸코에 몰드세트를 사서 돌아왔다. 그리고 이후는 뭐.. 온수에 튜브를 녹여서 짜고 굳히고 별가루를 뿌리고 포장하는 작업의 연속이었다. 시간은 오래 걸렸는데 그거야 그냥 만들 양이 많아서 그랬을 푼이고 작업 자체는 나랑 준호군과 둘이서 상당히 루즈한 느낌으로 진행. 중간에 사과도 먹고 차도 타 마시며 딩굴딩굴 여유롭게 진행했다.


그렇게 완성한 정말 평범의 극의를 달리는 빙글빙글 몰드 쵸코는 전부 냉각시키고 포장지로 잘 포장해서 평소 가까이 사는 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정작 난 단 걸 좋아하지도 않고 쵸코라고 그게 다를 바 없어서 맛보기로 찍어먹은 것 외에는 먹어보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주변 사람들이 단 걸 입에 넣고 행복한 걸 보노라면 당장 나도 기분이 아주 조금 더 달콤해지는 기분이 드니까 그걸로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

실제 생각했던 위스키 봉봉이나 퐁당과는 거리가 몇 광년 멀어지기는 했지만 일단 쵸코를 만들어서 친한 이들에게 나누어준다는 가장 기본적인 스스로에 대한 과제는 해결했으니 일단 이건 그냥 이대로 넘어가자. 사진의 쵸코는 올해 발렌타인을 기념해서 사수께 받은 페레로 로쉐와 듀크도. 둘 다 비싼건데 우우 ㅠㅠ... 아마 이렇게 여기저기서 초콜릿 얻어먹을 일이 많기는 해도 난 쵸코를 그닥 좋아하지 않으니까 동생이랑 어머니께서 다 빼서 드시겠지.
매해 이맘때가 되면, 아주 조금 더 달콤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해. 그것이 내 삶에서도, 나와 친한 이들의 삶과 우리 모두의 삶에서도. 우리들이 이렇게 조금씩 만드는 과자나 초콜릿 부스러기가 너희와 우리 모두에게 그럴 수 있다면 정말 좋지 않을까 생각해보는 요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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