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1일 화요일

탄막색연회 뒷풀이로 만들었던 요리들.




정확히 말하자면 본 사진들은 리허설로 시험삼아 만들어 본 요리들이다. 물론 실제로 만들었을 때는 40인분을 만들고 지지고 볶고 데코까지 하느라 칼 잡은 팔꿈치랑 손목, 그리고 허리가 뽀개지는 줄 알았다마는... 그리고 몇 가지 또 차이가 있는게, 지금 위 사진은 연어에 케이퍼를 곁들인 거지만 이건 그냥 같은 연어과 물고기라 연어를 썼을 뿐이고 실제 생선은 알래스카산 훈제송어를 썼다. 요즘에는 연어보다 송어 쪽이 더 새빨간게 맛있는 것 같아. 


워낙에 유명했던 Baked Tahong. 진짜 만들때마다 가장 반응도 좋을 뿐더러 만들기도 쉬운 요리인데 리허설때는 조금 어레인지를 했다. 홍합 위에 다진 파프리카를 올리는 것. 향도 더 좋아지고 식감도 생겨서 즐겁지만 실제로 작업에 들어갔을 때에는 대량생산 위주로, 데코도 대충대충 하다보니 리허설 때 퀄리티를 내지 못했다... 근데 40인 상대로 이렇게 일일이 예쁘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어... 애초에 만드는걸로도 식은땀이 났는데;; 

아닌게 아니라 냈던 메뉴들 죄다 데코를 단순히 했어도 꽤 힘들어서 나중에는 그냥 때려치고 뭉터기로 올려다가 바로바로 서빙했다. 여섯명이 달려들어 요리만 했는데도 진짜 기십명이 넘어가는 인원쯤 되면 요리가 힘들어지는구나 하고 생각했어. 괜히 아무나 업장을 가동하는게 아니구나. 결국 난 Cook 역할은 할 수 있어도 Chef는 절대 될 수 없구나 하고 느꼈지. 


Baked Tahong 다음으로 반응이 뜨거웠던 로스트비프. 나는 와사비를 곁들여 먹는 걸 좋아하는데 보통 정석은 스테이크 소스나 그냥 소금후추지? 조금 단단하고 기름 덜한 부위에 꿀과 향신료, 그리고 몇 가지 소스를 박박 문질러서 한 시간 가량 재워놓은 다음에 껍데기를 태워버릴 기세로 미친듯이 지진 뒤 약불로 익혀낸뒤 썰어서 내. 원래는 속에 분홍색이 약하게 비칠 정도로만 해야 되는데 내 취향은 좀 더 핏물 뚝뚝 떨어지는 레어라서 저렇게 만들었어.

헌데 이건, 좋아하는 사람은 정말 좋아하지만 싫어하는 사람은 절대 못 먹어... 핏물이 역겹다고 못 먹어서 나중에 맛 없으나마 다시 구워서 내 줘야 했지 ㅠㅠ 애들아 이거 육회부위로 만들었어... 그냥 고기 덩어리채로 씹어 먹어도 이상 전혀 없는 부위라구... 히잉... 그래도 좋아해주는 친구들이 많아서 기뻤던 메뉴. 


이건 정작 뒷풀이때는 안 만들었는데 리허설때 남는 짬으로 만들어본 청경채 닭볶음. 붉은피망과 청경채를 세 포기 정도 넣어서 색깔을 맞추고 미리 캡사이신을 문질러 양념한 닭고기를 센불에 볶아서 만들었어. 색깔도 예쁘고 질감도 아삭아삭. 부담없이 매워서 밥반찬이나 술안주로 끝내주게 맛있었지.

...

솔직히 지금 뒷풀이 소감 말하라면 그냥 뭘 만들었는지도 모르겠고 정신도 없었고, 심지어 맛을 봐도 코가 냄새에 취해서 아예 맛을 느낄 수 없었던 허리만 뽀개지는 경험이었지만... 그래도 업장에서 뛰는 사람들은 얼마나 고생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는것만으로도 나름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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