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1일 화요일

블렌드 커피로 편지쓰기.




정확히 말하자면 커피로 편지를 쓴다기보다는 커피 기운에 편지를 쓴다고 보는 편이 낫겠지. 별로 약속도 예정도 없는 휴일 전날 밤이면 이렇게 친구가 하는 커피샵에서 국밥보다 더 비싼 커피를 청하고 펜을 굴릴 때가 많다. 비록 나는 악필인데다 이미 전자우편이 당연한 시대에 이러는 것이 참 멍청하고 느려보이지마는, 그만큼이나 빠르고 멋진 시대에 아직도 손수 꾹꾹 눌러 쓴 편지가 받아보는 사람에게 새로운 느낌과 반가움을 전해줄 수 있다면 고맙겠지.

다만 내게 편지를 받아본 사람들은 다들 알겠지만 나는 글씨의 가독성이 그나마 덜 나쁘다 뿐이지 지독한 악필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아서 글씨체로 핀잔을 듣는 일이 있곤 하다. 그래도 어차피 편지로 보낼 거 타자기나 프린터로 드드득 박아서 보내는 것보다 손가락으로 쓰는 것이 더 정성스러워 보이지 않아? 

...

시국이 하 수상하고 거시적이든 미시적이든 우리들이 나아갈 바 짐작하기 어려울 때다. 확실한 것은 내 자신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우리의 형제들과 자매들, 부모님과 아들 딸들을 위해 언제까지고 평화를 주장하더라도 악에 맞서 싸우게 된다면 또한 그들을 위하여 기꺼이희생할 수 있는 것이 현대 민주사회 시민의 자질임을 잊어서는 아니된다고 생각한다. 

난 보충역 병역특례로 병역을 마쳤고 전역한 이래 넉 달 밖에 안 된, 예비군 훈련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풋내기에 바보지만 적어도 작금의 사태가 그런 나의 경험을 뛰어넘어 의무와 권리를 훌륭히 기능하는 민주시민으로서 나아갈 바를 지시함을 나는 대강은 알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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