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확히 말하자면 커피로 편지를 쓴다기보다는 커피 기운에 편지를 쓴다고 보는 편이 낫겠지. 별로 약속도 예정도 없는 휴일 전날 밤이면 이렇게 친구가 하는 커피샵에서 국밥보다 더 비싼 커피를 청하고 펜을 굴릴 때가 많다. 비록 나는 악필인데다 이미 전자우편이 당연한 시대에 이러는 것이 참 멍청하고 느려보이지마는, 그만큼이나 빠르고 멋진 시대에 아직도 손수 꾹꾹 눌러 쓴 편지가 받아보는 사람에게 새로운 느낌과 반가움을 전해줄 수 있다면 고맙겠지.
다만 내게 편지를 받아본 사람들은 다들 알겠지만 나는 글씨의 가독성이 그나마 덜 나쁘다 뿐이지 지독한 악필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아서 글씨체로 핀잔을 듣는 일이 있곤 하다. 그래도 어차피 편지로 보낼 거 타자기나 프린터로 드드득 박아서 보내는 것보다 손가락으로 쓰는 것이 더 정성스러워 보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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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이 하 수상하고 거시적이든 미시적이든 우리들이 나아갈 바 짐작하기 어려울 때다. 확실한 것은 내 자신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우리의 형제들과 자매들, 부모님과 아들 딸들을 위해 언제까지고 평화를 주장하더라도 악에 맞서 싸우게 된다면 또한 그들을 위하여 기꺼이희생할 수 있는 것이 현대 민주사회 시민의 자질임을 잊어서는 아니된다고 생각한다.
난 보충역 병역특례로 병역을 마쳤고 전역한 이래 넉 달 밖에 안 된, 예비군 훈련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풋내기에 바보지만 적어도 작금의 사태가 그런 나의 경험을 뛰어넘어 의무와 권리를 훌륭히 기능하는 민주시민으로서 나아갈 바를 지시함을 나는 대강은 알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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