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근황만 짤막하게 일단 정리하려고 쓰는 일기다. 일요일 휴무를 받기 직전까지 풀 OT 상태였던지라 존나 피폐해졌는데 그래도 일요일이었던 어제까지 휴무라고 생각하고 지난주는 꿋꿋하게 버틸 수 있었다. 결국 토요일 저녁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맛있는 집 밥과 버드와이저를 실컷 마시고 뻗어서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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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날 밤에는 기숙사로 돌아가기 전 간단히 한 잔 하려고 회사 근처의 필리핀 바 - D'Jabooh에 들렀다. 동료인 같은 와이어 본딩 라인 규식이형과 함께 레드호스 한 양동이를 청한 뒤 필리피노들과 노가리 까면서 노래도 부르고 마신건 좋았다. 밤 11시쯤 되었을 무렵일까. 갑자기 점내의 필리피노들이 일제히 일어나고 여기저기에서 바 내부의 집기들이 날아들기 시작하더니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지도 모를 집단 난투극이 되어버렸다.
필리피노들도 성격이 불 같은 구석이 있다더니 의외로 거참;;; 바 안의 맥주통이고 병이고 의자고 뭐며 성한 것 없이 한참 그렇게 피와 땀이 튀는 난투극이 펼쳐지다가 경찰이 뜨자 썰물처럼 다들 내빼버렸다. 나와 규식이 형은 그 폐허 속에서 홀로 남아 [뭐 우린 한국인이기도 하고 우리가 싸운 것도 아니니 꿀릴 이유도 없고] 필리피노들이 놓고 가버린 맥주병으로 건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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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이었던 오늘 아침은 머리아프지도 않고 말끔했다. 레드호스는 조금 숙취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어제 미리 잘 자둔 탓이었는지... 동료 필리피노들이 와서 미안하다고는 하던데 뭐 아무래도 별 상관 없지. 좀 겁나고 날아오는 집기에 안 맞으려고 도망다니긴 했지만 사람 사는 동네 어디나 싸움이 날 수도 있는거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느낀 건데 사람 사는 동네는 시발 남녀노소 불문하고 그게 그거인 듯.


바 내부에는 이렇게 다같이 쓸 수 있는 포켓볼 다이도 있는데 파는 맥주 태반이 샌 미구얼이나 레드호스 병이라서 병 끼고 마시면서 치곤 한다. 한국사람들은 주로 3구나 4구를 치지만 포켓볼도 상당히 재밌다. 사진의 규식이형은 러시아에서 4년간 유학하다가 병역을 위해서 한국에 왔는데 최근 친해져서 잘 어울려 다닌다. 양손잡이라 저렇게 큐대를 계속 바꿔잡더라.

여기 놀러오면 회사 동료들도 자주 보지만 동료들 이외의 다른 필리피노들과도 쉽게 친해질 수 있다. 어제처럼 난투극을 벌이는 것은 좀 사양하고 싶지만 이 친구들은 가운데 친구 생일이라 단체로 마시러 왔다더라. 좌측에 고개돌리고 있는 스티븐 시걸은 필리핀 공군에서 군복무를 마쳤다던데. 나와 규식이형이 현재 병역중이라고 하니 재미있어하며 건배를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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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모르겠다 술은 이제 그만... 좀 자고 싶다. 또한 그렇게 생각하면서 라거 한 병만 더 마셨음 좋겠다고 생각하는 내 자신도 있다. 월급날 지난지 얼마나 됐다고 돈도 거진 떨어져 갔는데 이제 그만 작작 마시고 작작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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