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고기를 좋아하는 것 치고는 누가 사주지 않는 이상 그다지 찾아 먹는 일은 없다. 나랑 친한 이들이라면 알겠지만 내가 특별히 돼지나 소를 찾아서 먹으러 다니는 일은 없고 - 사실 외식도 그다지 하지 않지만 - 주로 생선이나 분식을 좋아해서 찾아먹는다. 지난 겨울동안은 이례적으로 뜬금없이 양꼬치가 땡겨서 자주 먹으러 다녔지만 기본적으로 풀 중심으로 돌아가는 집밥을 먹는 덕에 고기를 먹을 일은 거의 없었지. 나 스스로도 고기보다는 생선이라던가 더 맛있는 것도 많다고 생각하니까. 고기라고 해도 닭고기 정도인가.
그러니 가끔 육상 동물성 단백질이 땡길때가 없지는 않는데 그럴때는 보통 곱창같은 내장을 먹으러 가지 딱히 찾아서 고길 먹으러 가는일은 없으니까. 이런 식으로 뻑적지근하게 스테이크씩이나 찾아서 먹을 정도라면 보통 누군가에게 사주게 된 상황이다. 그래. 이 때가 그랬지.

부천 아웃백. 이 때가 작년 초였는데 그러니까 작년에 먹은 음식사진을 이제서야 올리고 있는 나는 OTL .... 다만 이 때 이후로는 아웃백이나 패밀리 레스토랑같은 곳은 안 간다. 밥 먹을 때 가성비를 꽤나 의식하는 문제도 있고 사실 나도 고기가 있으면 먹는다 뿐이지 찾아서 먹을 정도로 고기, 특히나 소고기를 좋아하는 건 아니라서... 가끔 생각날 때가 있긴 한데 일년에 한두번이나 되나.
빵과 포도주가 찍힌 구도, 뭔가 정물화같아서 마음에 들어.

난 이 수프가 정말 좋더라. 다만 양송이냐 조개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고, 건너편 TGI에서는 치즈라도 왕창 넣어주더만 여긴 그런건 별로 없는 것 같고... 수프는 어렸을 때 입이 짧을 시절부터 많이 먹어서 익숙하다. 특히 클램차우더같은거. 요즘 들어서는 폰타나 브랜드의 수프나 다른 패밀리 레스토랑의 약진으로 뉴잉글랜드 클램차우더를 하는 곳이 많아졌는데 반면에 맨해튼식 토마토 클램차우더는 안 보이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서 수프라고 하면 언제나 루를 볶아만든 크림스프에 한해 수프라고 하고 토마토 수프나 육수를 멀겋게 부어서 만든 콩소메는 보기 힘든 것 같다. 어렸을 적에 어머니가 가끔 만들어주시던 파스타 들어간 맑은 수프 좋아했는데 요샌 뭐 객지생활하니까 파는곳도 모르고... 나중에 생각나면 찾아다 만들어 먹어봐야지.


곁다리로 시킨 샐러리와 윙, 그리고 준군은 평소 좋아하던 록 햄프턴 립아이를 시켰고 나는 질기디 질긴 뉴욕스트립을 레어로 청했더랬다...
"제발, 핏물 막 나도 좋으니까 레어로 주세요. 뉴욕스트립 시킨거 아니까 레어요. 아니 영 미심쩍으면 그냥 고기 겉에다 화상만 입혀서 갖다주세요." 라고 나는 대답했다. 뉴욕스트립에 레어로 시키자 직원이 다시 와서 이렇게 시키시면 진짜 핏물 넘쳐나고 질긴 고기를 먹게 되는데 괜찮느냐며 물어보고. 어차피 레어로 시켜도 미디움으로 나오는거 아니까 했던 말을 거듭 하며 강조했다.

훗날 동생에게 아웃백 갔다왔노라고 자랑했을 때 이 사진을 보여줬더니 보는것만으로도 입맛떨어져서 별로 같이 가고싶지 않다는 소리를 들었다 OTL 유독 날고기를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는 육즙이고 나발이고, 돼지고기를 제외하면 거의 익히지 않는 것을 즐기는 내가 다른 가족들에게는 무지 야만스럽게 보이나부다.

같이 먹으러 갔던 준군 같은 경우에는 원래 날고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 근데 웰던으로 시켜서 타이어같이 되어버린 고기를 먹게 되느니 차라리 익히기라도 덜 익혀서 먹는 편이 낫다는 생각을 하고. 이 때에는 이걸로도 상당히 만족해서 먹었더랬다. 넘쳐나는 핏물과 이빨 사이에 신나게 끼는 힘줄의 느낌. 씹어도 씹어도 없어지지 않는 아교질의 감촉이 너무 좋다.
이 때가 가장 내게는 회사생활하며 힘들었을 때였는데 지금 가성비 따지기 좋아하는 내가 이런 곳을 갔던 걸 생각하면 참 민망하기도 하고 반대로 통쾌해지기도 하고. 친구들한테 그만큼 사주는 것이 낙이었으니까. 다만 이 때 이후로는 패밀리 레스토랑이라거나 특별히 고기를 먹으러 다녀 본 적은 없다.
...
이 사진을 찍은 이후 반 년 뒤 전역. 그리고 일본으로 갔는데 사가에서 이마리규를 먹어본 이후로는 더더욱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고기 써는 일은 없게 되었다. 뭐 여기도 맛있었긴 한데 일본에서 먹었던 와규에 비하면 아웃백은 샌달 밑창이었엌ㅋㅋㅋㅋㅋㅋㅋㅋ
거듭 말하지만 이 이후로는 고기를 딱히 내 돈주고 사먹는 일은 없어졌다.
by. Sterlet.
반면 곱창이나 양꼬치같은건 자주 먹으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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