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1일 화요일

일본라면인데 매콤하다 : 이태원 미하마야 라멘




일본에도 맵게 만드는 곳이 없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이미 지난번에 일본 여행 때 깨달은 바 있지만 어째 매운 맛이라고 해도 라유나 시치미를 왕창 쳐서 그럴듯하게 만들었다는 느낌이 나는 곳밖에 없으니까 - 얼큰한 라멘이라고 해도 한국식의 상쾌한 라멘을 기대하기에는 아무래도 어려울 수밖에 없지. 기본적으로 진한 베이스가 생명이라니까.

이태원의 라멘 81번옥이라면 고등학교 다닐 적부터 자주 가봤고 아무래도 쇼유 라멘같은 경우에는 맨 처음부터 지금까지 꽤나 독보적인 맛이었으니 다른 맛에 기대를 하기가 어렵기도 했다. 저번에 일본에 가서 먹어본 치쿠고 지방 쿠루메의 타츠노야나 가고시마의 쿠로부타 라멘같이 본격적인 라멘도 매운 맛 라멘은 하나도 없었잖아.

이태원에 몇 년 만에 갔더니 해밀턴호텔 뒤편의 세계 먹거리 골목 초입에 이자카야와 함께 생긴 돼지 코 모양 로고의 라멘집이 있길래 - 실은 81번옥 라멘을 먹으러 갔더니 글쎄 주인이 여의도점 오픈으로 비웠단다 - 일단 동석형님과 먹으러 들어 가 보았다.

...

일반적인 돈코츠 라멘이 주력이었지만 아무리 집마다 맛이 다르다지만 진한 돼지사골 스프는 하도 먹어봐서 질려있던 상태였고 내 눈길을 끈 것은 굳이 맵다고 광고하는 카라시 라멘이었다. 제목부터 '매운 라멘' 이라니. 일본에서 맵다고 광고하는 것이 그닥 맵지 않았던 것을 체험한 적이 있어서 별 기대는 안했찌만 이미지부터 새빨갛기에 반신반의하며 일단은 민찌 카라시멘이었던가. 암튼 가장 빨갛고 풍성해보이는 그것을 시켜보았다.

-동석형님은 그냥 돈코츠 라멘을 맛있게 드시더라.

카라시멘이라고는 하는데 막상 나온 그놈의 국물을 떠 보자 기본적으로 돈코츠 베이스인 것은 똑같았다. 다만 이거 뭐랄까 다른 라멘처럼 라유만 잔뜩 풀어놓고 맵다고 광고한 것이 아니라 국물까지 빨갛더라. 맛을 보자 확실히 매운 기가 감돌았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부담없이 먹을 정도의 단맛나는 매콤함이었지만 지금까지 못 먹어본 특색의 매운맛이 괜찮았다.

쿠루메의 타츠노야 같은 경우에는 돼지사골국이라고는 해도 거의 뼈가 형체도 없이 녹아있어 국물에서도 식감이 느껴질 정도로 진하기에 숙취해장용이라면 진짜 머리아플 정도로 부담이 강했지만 이 녀석 정도라면 적당히 얼큰해서 해장용으로 좋을 것 같다. 그렇다고 국물의 농도가 진하지 않냐면 또 그렇지도 않지만, 적어도 이런 매운 맛 정도는 구사할 수 있는 일본라멘이라는 특색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굳이 맛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동석형님도 맛을 보더니 자신도 카라시 라멘 시킬 걸 그랬다고 후회하셨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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