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카즈코씨가 일본에서 가져온 선물. 마트에서 구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내가 너무너무 사랑해 마지않는 아사히 슈퍼드라이 맥주와 한 종지만 있어도 밥을 몇 그릇이고 비울 수 있는 사가 특산 유자로 장인이 손수 만든 파란/빨간 유자후추. 이전에 레시피를 여쭈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잊지 않고 가져와주셨다.
지난달에 느닷없이, 일본에서 만났던 적 있던 카즈코씨가 서울에 방문한다고 하셨다. 이번에는 직장의 다른 미용사들과 함께. 나는 당연히 이번에도 내가 안내역을 자처했고 그렇게 나는 지난 주말부터 서울에 돌아와 월요일인 어제 카즈코씨 일행의 일본인들을 안내했다. 뭐 그래봐야 거진 쇼핑을 할만한 곳이나 밥집을 찾는거라 내가 한 일이라고는 지하철을 맞게 타는 방법이나 음식점의 추천 정도였지만.
내가 추천한 갈비집에 대해서도 다들 값싸고 맛있게 먹었다며 고마워했고 동대문의 이런저런 쇼핑센터도 즐겁게 보았단다. 조금 많이 걷도록 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덕분에 차비도 많이 아낄 수 있었고 거리의 풍경이나 진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을 볼 수있었다는 점에서 다들 재미있어했다. 거기에 대해서는 나도 고마웠고.
그렇게 하루 가이드를 마치고, 앞으로도 계속 즐겁게 한국을 즐겨달라며 모두에게 인사를 한 뒤 머물던 준네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카즈코씨가 달려와서 잠시 날 멈춰세우더니 오늘은 가이드 수고했다며 지폐 몇 장인가를 뽑아주는 것이었다.
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더라. 그렇지 않아도 인쇄비도 없는 처지에 이걸 받느냐 마느냐. 마음 속에서 전력으로 격한 갈등이 있었지만 가까스로 거절하며 말했다. 호의는 고맙지만 저는 전문 가이드도 아니고 여러분들이 한국에 대해 느끼려는 것을 조금 도와주러 왔을 뿐이라고. 더구나 카즈코씨는 거래관계도 아니고 일본을 여행하며 얻은, 호의로만 이루어진 친구인데 도저히 그럴 수는 없다며 밀어냈다.
카즈코씨는 모두의 호의니까 그럴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더라. 정 그렇다면 나중에 다시 한국에 오거나 내가 일본으로 갔을 때 맛있는 걸 사 주거나 맛있는 술을 먹여주는 건 어떻냐고 했는데 그제서야 수긍하며 물러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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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직감했다. 이거 분명히 대박 후회할거야... 그리고 아닐것도 없이 내내 인쇄비 만들 생각이나 그걸 받았을 때의 편익을 생각하는 내내 속이 뒤틀리고 배알이 꼴리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했다.내가 뭔가를 잘 했다고 생각하면 그걸로 만족하고 못 했다고 생각하면 후회하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어째 잘 하고도 후회를 신나게 하고 있으니 참 스스로가 바보같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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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분명 나는 잘 했다. 실제로 내가 외국을 여행하며 대가 없는 호의를 많이 받기도 했고 때로는 베풀 수도 있어야겠지. 물론 그 주고받는 대상이 같은 건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만국의 여행자들이 만났던 사람들을 더 없이 기쁜 모습으로 기억하는게 아니겠어. 내가 이렇게 호의를 호의로 거절할 수 있었기에 뒤에 규슈를 다시 밟았을 때 이들에게 호의를 받으며 요청할 수 있겠지.
난 언제나 정직하며 성실한 스텔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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