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사회나 집단이나 단체나, 하여간 뭔가 동감하게 만드는 것은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나 혹은 그 문제를 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애인데 이번에 본 육혈포 강도단은 그런 페이소스의 표현을 적절하게 그려낸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면 제목부터 뭔가 처음부터 끝까지 개그노선으로 갈 듯한 이미지가 났는데 실제로 보면 의외로 암울했다는 점이...
사실 등장인물 개개의 대사나 장면 단편단편을 잘라서 보면 실컷 웃을 여지가 풍부한 코미디 영화가 맞다. 할머니들이 돈 몇백을 위해서 은행강도질을 하거나 욕을 걸쭉하게 녹여내는 장면들은 웃을만 하기도 하다. 다만 노령의 할머니들이 각자의 생활고와 그들에게 남은 수명을 견뎌낼 일이 버거워 누구에게나 낙원으로 꿈꿀만한 와이키키를 그리며 은행강도를 결심한다는 메인스트림은 결코 가볍지 않다. 어쩌면 수 많은 이 나라 어머니들의 모습이고 할머니 은행강도가 아니더라도 어딘가에서 실제로 삶을 짊어진 할머니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쓸쓸해지는 느낌이다.
결국 할머니들은 강도질을 하면서까지 닿으려 했던 이상향인 와이키키에는 닿지 못했다. 정자 할머니가 눈 내리는 겨울 교도소 병동에서 죽음을 맞이할 때 손영희 할머니가 했던 대사 '이제 울어도 돼'는 계속 쓴웃음을 짓던 관객들에게 가장 그들이 하고싶었던 말이 아니었을까.
이 영화를 평할 때 사람들은 페이소스라는 말을 유독 많이 사용한다. 그만큼의 연민을 자아내게 하는 힘이 있는 영화였지만 웃으러 보러 간 사람이 보기에는 참 뒤통수를 가려워지게 만드는 영화라는 느낌이다. 같이 본 제로군은 그저 지뢰라고 까대더라마는 소재의 신선함만으로도 표값은 아깝지 않았던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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