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이 리조또같은 애매한 모양이 처음 끓여보았던 꼬꼬면... 계란 흰자만 넣고 끓여보라기에 그렇게 끓여봤는데 뭐랄까 딱히 풀지 않았어도 곤죽처럼 되어서 이렇게 훌륭한 면....이라기보다는 꼭 리조또 모양처럼 되어 있었다. 진짜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닭육수 맛이 나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빨갛지 않고 시원하게 칼칼한 국물 맛을 냈다는 점에 한해서는 나름대로 참신하고 새로운 시도라고 받아들이지 못할 것도 없었다. 이거 이후로 계란 흰자를 넣지 않고 그냥 먹어보기도 했는데 확실히 국물을 깔끔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계란을 넣을 때 풀지는 않고 끓이는 편이 맛있는 듯. 사실 계란 넣은거랑 그렇지 않은거랑 큰 차이는 없더랬다.
다만 이걸 낸 팔도라면에는 정말 아쉬운 것이 있는데. 국물은 나름대로 괜찮은 것을 많이 만들었어도 꼭 면발은 진짜, 농심이나 삼양은 물론이고 더 후발주자인 오뚜기보다도 더 이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게다가 라면마다 조금씩 차이를 두는지도 모를 똑같은 질감을 하고 있고. 퍼지게 끓여도 꼭 과자 억지로 불린듯한 이 질감은 적응을 힘들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농심 라면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꼬꼬면 같은 경우에는 농심 브랜드로 런칭되었어도 참 괜찮았을거라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좀 닭고기가 들었다고 하기에는 민망하고 기름기도 많은 꼬꼬면 국물보다 내 입맛에 맞게 끓이면 어떨까 해서 만들어본 닭국수. 라면에 기름기 많은 건 별 수 없으니까, 전에 일본에서 시로미즈씨에게 선물받아 가져온 넙대대한 소바에다가 닭고기는 뼈와 살을 분리하고 끓인 곰탕국물. 청양고추와 파를 조금 넣고 계란은 흰자랑 노른자를 따로 잘 휘저어 섞은 뒤에 팔팔 끓는 물에 미리 풀어서 국물은 깔끔하게 유지했다. 물론 인스턴트랑 손으로 만든 물건이랑 퀄리티 차이를 비교하긴 뭣하지만 기왕 깔끔한 느낌으로 나올 거라면 사실 이렇게 기름기 하나 없이 맑은 닭국물로 만드는 편이 적어도 내 입맛에는 맞았을 것 같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