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신히 저면의 바위들 틈 새에서 적당한 곳을 붙잡고 여유로운 척 하고 있지만 사실 여기 조류가 너무 세서 포즈를 잡기에 힘들었다... 어떤 사람들이라도. 아무리 힘든 일을 하고 있더라도 사진찍을때만은 괜찮은 척 웃고 억지로라도 힘을 내기 마련인데 이렇게 조류가 강해서 물고기들이 바위 틈새에 모이는 포인트를 보고 카메라를 보면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 러브 앤드 피스. 꼭 포즈를 잡곤 한다. 삶이라는게 이렇게 그래도 남들 보일때는 여유롭고 재미있게 최대한 연출하는 것 아닐까 싶다. 사실 힘든 삶을 살았어도 돌이켜보면 좋은 추억일 때가 없기만 한 것은 아니잖니.
사실 힘들었다고는 했는데 그것 못지 않게 처음 들어가서 본 물 속의 세계가 너무 멋지고 신기해서 한참동안 넋을 잊고 둥실둥실 떠다녔던것도 사실. 힘든 만큼 너무 재미있고 즐거웠던 세계였어. 그리고 앞으로도 내가 계속 들어가보는 데 가치있는 세계라고 난 믿어.

5미터 수심 안전정지 中. 다이빙을 마치고 공기탱크에 여력이 남지 않았을 때에는 체내 질소가 유리되어서 기포가 되지 않도록 이렇게 5미터쯤 수심에서 줄을 붙잡거나 중성부력을 유지하고 가만히 있는데. 이 수심에서 편히 누워서 하늘을 보면 바깥의 햇빛과 함께 물결이 어룽어룽해져서 잘 보여. 그리고 그런 잠깐동안. 정말 잠깐에 지나지 않는 5분동안 영원을 느낄 수 있지.

수중 절벽을 내려갈 때. 시계거리가 10미터고 이 지역의 바닥은 18미터 이상이었거든. 그러니까 바닥이 희뿌옇게 보이지 않아. 바닥도 보이지 않고 발 디딜 곳 없는데 물 속에서라면 하나도 두렵지 않지. 그리고 절벽을 따라 드문드문 나 있는 이런 해조류와. 작은 물고기들과. 멀리 펼쳐진 산호와 해초의 수중림. 물이나 바다를 무서워하는 사람이더라도 순간 그 사람의 넋을 사로잡고 자랑할 수 있을만한 그런 멋진 정경이야.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또한 아무런 말도 들을 수 없는 세계에서 고요와 함께 또다른 세계를 느낄 수 있어. 그 곳에서는 물이 있고 산호와 물고기가 있고. 지금까지 전혀 알 수도 없었고 보지도 못했던 새로운 세계가 있어. 다들 그걸 알고 싶어서 숱한 다이버가 매년 매 계절 바다를 찾지.

게다가 이 때 슈트의 목 부분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는데 계속 목을 긁어서 상당히 따가웠다 ㅠㅠ 더구나 짠물에 노출된 상태이기도 하고... 계속 목을 붙잡고 돌아다녀서 옆에서 나를 인솔하던 다이브 마스터는 내가 목이나 레귤레이터에 뭔가 이상이 생겨서 계속 저러나 걱정이 되었단다. 결국 물 위로 다시 올라와서 오해는 풀렸지만 그래도 목이 빨갛게 되어서 한참을 답답하게 지내야 했지 ㅠㅠ 설상가상으로 이날 밤 잠수병 증세마저 생겨버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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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다이빙이었다. 그리고 이번 월말즈음에 로그를 채우기 위해 다시 동해로 다이빙 간다. 이번에도 또 다른 멋진 세계를 보고 느끼고 올 거야. 또 다른 세계는 어떤 느낌일지. 그리고 나는 거기에서 어떻게 떠다닐지 생각하면 매일이 너무 즐거운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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