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멘, 그러니까 일본라면이라는거 한국에 들어온지 오래 되었다면 오래 되었고 짧다면 아직 짧은 편인데 실은 유명한 곳 몇 군데 말고는 그다지 아는 사람도 없고, 사실 일본문화에 이해가 있는 사람들이나 가지 그다지 즐기는 사람도 없는 것 같아. 그 점은 나도 같아서 음식점 리뷰를 하면 항상 가본 집만 가 보고 아는 집만 가게 되더라.
이번에는 별로 알려지지도 않고 아는 사람도 없지만 의외로 항상 북적이고 있는 부천역 근처의 심곡동 '사누끼' 웬만한 기본적인 가벼운 일식 메뉴는 다 있고 심곡동 주변에는 따로 라멘을 하는 일식집도 없는데 의외로 알려지지 않아서 놀랐어. 다른 유명한 집들에 비하면 국물도 인스턴트에 면도 공장제를 사용했다는 것이 티가 나지만 국물 외에는 사실 체인점들은 면 빚어서 하는 경우가 대다수고, 어차피 그런 사실을 감안한다면 사누끼의 라멘은 참 싸기도 싸서 좋아.
일단 위의 사진이 쇼유라멘. 맛도 너무 평범하고 너무 공장틱해서 딱히 태클 걸 곳이 없다;;; 그냥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게 일본라멘맛이다 하고 알려주기는 할 수 있는 맛일까. 예전에 있다가 똥망한 겐조라멘 [지금은 용산 CGV 근처로 이사간걸로 아는데 거기도 가서 먹어보니 참 더럽게 맛없더라] 이나, 맛있긴 해도 맛이 너무 진해서 부담스러운 하카타 분코에 비하면 여기의 쇼유라멘이나 미소라멘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아. 근데 여긴 돈코츠 라멘은 없다.

그리고 이게 미소라멘인데 실은 외양도 맛도 그닥 쇼유라멘이랑 별 차이가 없다. 그냥 딱 맛을 봐도 아 국물에 왜된장 조금 풀어놨구나 하는 느낌. 나는 쇼유라멘을 좋아하는 반면 동행했던 동석형님은 항상 미소라멘을 찾으신다. 좀 더 건더기가 있고 중량감 있는 느낌이라면 미소라멘이 좋기는 하다. 돈코츠 라멘의 그 무서운 국물의 진함에 비하면 댈 것도 아니지만.
여기 가격은 전반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몇 달 전 마지막으로 갔을 때 일반적인 라멘 한 그릇에 5000원 내외. 쇼유챠슈멘이나 미소챠슈멘같이 토핑을 추가하면 천원이 더 추가된다. 챠슈는 별로 부드러운 편은 아니고 그냥 딱 수육의 느낌. 부드러운 차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토핑추가 안 하고 먹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난 고기라면 그냥 다 좋으니까.

중화라멘이었나 짬뽕이었나, 아니면 그냥 매운 맛 라멘이었나. 이것도 일종의 라멘이라고는 하는데, 나가사키 짬뽕이라고 하면 이렇게 빨갈리가 없잖아. 라멘의 그 노오란 면에 짬뽕국물을 부어서 만든 것 같았는데 이거 꽤 맵고 얼큰해서 괜찮았다. 숙취 해소용으로 라멘은 부담이 심하지만 얘는 괜찮을 것 같다는 느낌. 그런데 해장할 때 이걸 먹기도 그런게 저기 딱 보이는 색깔만큼 매운거라 속 뒤집어지게 만드는 부담은 매한가지 같기도.
새우나 홍합같은것도 들어가긴 한다. 고기도.

규동. 그냥 소불고기 덮밥 맛이 난다. 챠슈동은 없더라. 밥 종류는 이 규동이랑 알밥같은게 있었는데 적당히 구색만 맞춰놓은 수준인 듯. 이 집 재미있는게 가격도 다 그럭이고 맛도 그럭저럭이라는 점에선 똑같지만 그, 공기나 냄새라고 해야되나. 전혀 다른 음식을 시켜놓아도 죄 맛이나 향이 비슷하게 느껴진다는 점은 재미있다.

초밥은 6000원 정도. 이런 모듬초밥이랑 활어초밥이 있기는 한데 일단은 둘 다 손으로 쥔 초밥이다. 활어초밥은 순전히 흰살생선만 나오고 모듬초밥이 이런저런 종류가 나오는 듯. 가격도 있고 나는 모듬초밥을 좋아한다. 그냥 싼 맛에 일식이 땡길 때 이걸 먹었다 하는 기분을 충족하기에는 여기도 충분하다. 그래서 월급 전후해서는 맨날 홍대의 라멘집이나 가벼운 일식집으로 가는 반면 슬슬 평소에 별 생각 없이 일식이 땡겨 배를 채울 땐 이 쪽으로 자주 가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병역때 회사 근처의 심곡동에 있었기 때문에 갔을 뿐이고 이젠 부천이 아니라 서울에서 사는 지금 굳이 찾아가 볼 요량은 없네. 그래도 값싸게 일식의 어떤 느낌에 대해서 그것을 만족시키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으로 찍은 것은 내가 자주 먹는것들이고 마끼나 선어회도 있으며 사케, 맥주 등의 주류도 판매한다마는 이 집에서 회만은 절대 먹지 않는것이 좋다. 뭘 시켜도 너무 얇싹한 종이에 땡땡 얼린 것 같은게 나오니까. 사케는 데운 사케 한 잔에 생맥주 한 잔과 같은 가격인데 별로 좋아하는 사람을 못 봤다. 추운 겨울에 한 잔만 먹으면 금새 온기가 퍼지고 열이 훅훅 돈다마는,
역시 구색만 맞춘 수준이지 크게 맛있지는 않다는 느낌이네.
...
누차 말하지만 싼 값에 일식 땡기면 꼭 가봐라. 배고프고 자금적으로도 부족할 때 가면 대만족이지만 괜히 일식이 땡겨서 가보면 조금 실망할수도 있다. 어차피 나는 아무거나 잘 먹는 막입이니까 이것도 충분히 만족스럽고 괜찮게 마셨지만 괜히 기대하고 가서 실망하면 좀 슬프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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