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토리 자체는 그렇게 대단할 것 없다. 어항이라는 작은 세계에서의 허세로 살던 카멜레온 랭고는 어느날 갑자기 모하비 사막 한 가운데에 톡 떨어지게 된다. 뭔가 먹을것과 물을 찾아 나선 랭고는 한 물이 부족한 작은 마을에서 그의 허세를 밑천삼아 보안관이 되며 모험을 펼쳐 모두와 함께 살아가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무려 조니뎁을 성우로 써가며 나타내려 했던 애니메이션의 장치적 요소가 참 기막히게 즐거웠기에 유쾌했던 것 같다. 얼마전에 보았던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인 라푼젤처럼 흥겹고 화려한 분위기라고 보기에는 심히 무리가 있고 보다 사막이라는 자연환경과 살아가기 힘든 동물캐릭터들의 모습으로 보다 구도자적인 스토리의 전개가 또 다른 측면에서 관객들을 사로잡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다만 초반에 랭고 - 그러니까 깡마르고 별볼일 없는 허세 카멜레온 - 이 삽질하는 장면은 그닥 재미있지도 않고 지루할 뿐이다. 정말이지 체신머리 없는 조니뎁 특유의 목소리로 힘 빡 줘가면서 연기하는 대사가 아니었으면 더더욱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후반부로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는 느낌. 살아서 통통 튀어 금새 화면 밖으로 뛰어나올 것 같은 수많은 동물들은 칙칙한 색깔들임에도 불구하고 생동감이 넘친다. 미국 서부 사막지대라면 어디에든 있을법한 거칠고 투박한 리버테리안의 모습이 나타나서 입가에 웃음이 녹게 된다. 스토리가 재미있었는지 어땠는지는 별 생각 없지만 캐릭터들 자체의 특징과 묘사력 하나만으로 재미있게 보았다는 느낌이다.
다들 그런 평을 하던데 애들이 보기에는 좀 어려운 애니메이션일지 모르겠다. 그래도 귀여운 캐릭터들과 권선징악 하나만으로도 나쁘지 않을까. 비록 주인공은 좀 덜떨어졌지만 마지막에는 결국 정의의 편이 승리한다는 것만 보여줘도 충분하리라고 본다. 나이가 들수록 달라보이게 될 애니메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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