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습이 끝나고 터덜터덜 돌아오는 저녁. 그러고보니 꽤 예전부터 있었는데 맨날 불어터지거나 혹은 보카로 오타쿠들이 죄다 먼저 사가버리는 통에 먹어보질 못하다가 이벤트 끝물이나 되어서야 비교적 모양이 살아있는 멀쩡한 녀석을 하나 살 수 있었다. 뭐 그래봤자 겉보기 외에는 평범한 니쿠만이랑 뭐가 다르겠냐마는, 파맛 강화하고 얼굴 그려서 미쿠만이라고 하는데 그닥 기대는 하지 않았어. 먹을 것 자체의 패러다임이 만두랑 다른건 아닐테니까아.
비교해보다시피 저게 닮은건지 어떤건지는 모르겠지만 애초에 미쿠만같은 경우에는 하츠네 미쿠라는 캐릭터 자체가 아니라 디포르메 캐릭터인 하츄네 미쿠의 얼굴형상을 따서 만든거라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 슬라임 만두같이 너무 현실돋게 만들어도 식욕떨어지게 생겨서 아무도 안 사먹게 되잖아... 특히나 미쿠 배색같은 한색 계열은.
그건 그렇다 치고 사실 사먹기 가장 꺼려지는 요인이... 더구나 가격 180엔... 현재 환율 감안하면 이미 2000원 넘어가는건데 주먹만한 미쿠만 한 개....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지금 아니면 먹어볼 수도 없는 것이고 이게 다 경험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또한 이런 식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재차 절망.

맛이야 뭐 그렇지, 새삼스럽게 뭐가 다르겠어. 그냥 평범한 편의점 니쿠만이랑 뭐가 다른지 모를 정도의 맛. 딱 그 정도였어. 캐릭터 상품이라는 점을 제외하고 생각해도 충분히 맛있게 먹을 퀄리티. 다만 또 가격 생각하면 재차 암담해지는 그런 퀄리티. 다만 불편하지 않게 바로 꺼내먹을 수 있는 편의점 니쿠만이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으로 극복하면 또 먹지 못할것도 없는 느낌이라고 해야되나. 그냥 그걸로 만족하고 넘어가려고...

어느 새 야마하 VCLD2 엔진을 달고 노래부르는 초록머리 전자 아가씨가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지도 5년째가 되었어. 07년도 당시에 내가 블로그에서 얘를 소개하며 썼을 때에는 기술의 힘이라던가 인간이 만들어내지 못할 것은 없다... 라는 이야기의 연장선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는데 과연 어떨까, 지난 5년간은. 내게 있어서 성인이 되고 20대 초반을 얘 노랠 들어가며 함께했던 5년간은 과연 음향학의 발전 정도만이 그 의의가 있었을까.
처음 인기를 끌었을 때만 해도 나는 정말이지 얘가 그냥 그 시절의 반짝하는 유행 정도로 끝나고 말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게 아닌 점은 놀라워. 상업적이 된 것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적어도 엄청난 인지도와 브랜드 가치를 가지고 성장하며 또다른 시장을 개척한 것 하나만으로도 난 이게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 평가는 좀 더 지나보면 알겠지만 벌써 차세대 엔진인 3세대가 나온 시점에서 앞으로 이런 기술과 캐릭터가 융합된 문화가 얼마나 더 발전할 수 있을지 난 기대하고 있어.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기대할거야.
과학의 경계선을 넘어서 나는 여기에 온 거야.... 그래, 그렇다면 가능성을 보여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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