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에는 좋아했는데 막상 크니까 달아서 먹기가 힘들어진 군것질거리가 몇 가지가 있다. 최근들어 디저트 위주로 이것저것 만드는 느낌이라 다들 잊은거 같은데 난 기본적으로 단건 별로 안 좋아해;;; 사실 미드가 이걸 만들어보잡시고 믹스쳐를 가져왔을때만 하더라도 이거 예쁘게 만들기도 꽤 힘들다던데 하는 생각과 더불어 보나마나 이거 엄청나게 달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더랬어.
아닌 게 아니라 실제로도 엄청 달았고 믹스쳐 한 팩에 보통 10개 내외의 호떡이 나오는데 단 걸 좋아하는 제로를 제외하면 나머지 멤버들은 겨우 두 개씩을 힘들여 낑낑거리면서 먹었어. 맛있는데 달아. 정말 미친듯이 달아;!
백설제 믹스쳐. 이거 우리 마트에도 많이 있고 일본인들도 많이 사가는 건데 또 어떻게 이런 걸 살 생각을 했는지 미드군이 가져와서 만들어보자고 잉여잉여 울어대더라. 난 이 때까지만 해도 맨날 멤버들 모이는 준네 집 방바닥에 딱달라붙어서 내가 방바닥인가 방바닥이 난가 하고 있던 시점이라 참 귀찮았는데 그래도 의욕 가지고 먹을거 만들자는데 사진 안 찍을 이유도 없지. 귀찮긴 해도 다 이런게 소재잖아. 엊그제 샤브샤브도 귀찮아서 사진 안 찍다 소재 날려먹은것에 비하면.
믹스쳐로 만든다는거, 핫케익이나 도너츠나 이런것도 다 이렇게 미리 배합과 혼합이 되어서 나온 믹스쳐가 상당히 많은데 이런 식으로 만드는 것도 요리냐고 반문할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난 충분히 요리라고 봐. 이미 요리 존잘인 사람이 만들더라도 한꺼번에 이런저런 재료 다 사는 것보다 미리 계량되어 나온 이런 혼합믹스가 더 가격도 싸고 편리하니까 좋아. 애초에 못 하는 사람들은 믹스쳐로 만들어도 거지같은 퀄리티가 되고 잘 하는 사람은 뭘로 만들어도 잘해.
프리믹스 400g에 40-50도 정도의 따뜻한 물 한 컵을 부어 익반죽... 하는 것이 정석인데 실제로는 조금 물이 모자라서 뻐득뻐득한 느김이 나게 돼. 길에서 만드는 호떡같은걸 보면 거의 물처럼 흐를 정도로 부드럽고 끈끈한 액상의 반죽을 사용하던데 이건 아무리 잘 반죽해도 단단하게 되더라고. 충분히 따뜻한 물인데도... 모르겠어. 우리들은 좀 부족한 느낌으로 단단한 반죽이 되어버렸지만 실제로는 물을 반 컵 정도 더 부어도 그다지 상관은 없을 것 같아.
일단 잘 모르겠을 때에는 레시피와 정석을 지킨다는 느낌으로 하면 그나마 최소한으로 망치게 되니까 레시피를 그대로 따르긴 했는데 어째 이 때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는 없더라고;; 나중에 완성해보면 역시 먹을만은 했지만 반죽이 좀 두꺼운 느낌으로 완성되긴 했어.
이스트를 섞은 반죽이 완료되면 이대로 둥글려서 5분에서 10분정도 방치. 그나저나 설명서도 참 거짓말쟁이야. 발효가 필요없는 무발효 프리믹스라고 할 때는 언제고 결국 짧으나마 방치시간이 필요하긴 하잖아. 반죽을 저대로 둔 채 우린 다시 방에 들어가 또다른 멤버중 한 사람인 제로군이 콘솔게임 데빌 메이 크라이에서 신나게 깨지는 모습을 보며 낄낄거리고 있었어.
이윽고 10분이 지난 후 -
통상 호떡 10개 분량이라고 했으니 반죽을 10등분 해서 다시 공모양으로. 이 때부터 손에 기름을 바르고 하는데 정말 잔뜩 묻혀야 하고 나중에 후라이팬에 지질 때도 기름은 거의 튀기다시피 할 정도로 많이 부어줘야 돼. 호떡의 맛이란게 원래 기름맛이 절반이라 기름이 모자라면 서로 들러붙고 타고 해서 바로 잉떡 되어버리는거 시간문제거든. 예전에 디씨 기식갤이었나 그쪽에서도 호떡으로 잉떡만들어서 짤방으로 여기저기 돌기도 했잖아.
암튼 우리들이 만드는 호떡이 호똥이 될지 잉떡이 될지는 좀 더 두고봐야하겠지만. 실은 우리가 한 호떡도 결국 최종 퀄리티에서는 모양새가 그다지 좋지 않아서 이렇게 쓸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네에. 맛은 똑같았지만 그거야 믹스처를 사용하는 이상 당연한거고;
반죽을 둥글넙적하게 누르고 소를 한 숟갈 넣은 뒤 터지지 않게 꼼꼼히 마감해서 호떡 덩어리를 만들어. 진짜로 반죽 찰기가 없어서 조금 걱정이 되던데... 어쩐지 반죽 찰기가 딱 만두반죽의 그것이라 이거 점점 호떡이 되는지 만두가 되는지 걱정스러웠어.
소를 보니 땅콩 부순것도 들어가고 약간 계피향 비슷한 어떤 첨가물 냄새도 나긴 하는데 실제론 그딴거 다 필요 없고 베이스 대부분은 그냥 설탕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들이 맛있게 먹는 일반 호떡의 그 달콤한 시럽도 실제로는 그냥 설탕 녹은 시럽일 뿐이라는거지. 아마 소가 모자라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 혹시나 모자랄 것 같으면 그냥 황설탕을 더 보충하면 된다. 맛은 똑같거든.
아까도 식용유 이야기는 했지만, 정말 아낌없이 식용유를 넘치게 부어 달군 팬에 호떡 반죽을 올리면 올린 면만 자글자글 노오랗게 익어갈거야. 살짝만 익혀도 금새 한쪽 면이 고체화되는데, 저 상태에서 그대로 누르는 것이 아니라.
익었다 싶으면 바로 반대쪽 면으로 뒤집은 뒤에 누르는거야. 원래 호떡은 전용 누르개가 있지만 우린 가난해서 호떡믹스 살 돈만으로도 허덕거리는 잉여들이니까 없으면 없는대로 뒤집개를 써서 눌렀어... 그런데 이거 아무래도 원래 누르개에 비해서는 힘을 잘 전달할 수 없어서 그런지 진짜처럼 완전히 납작하게 누르지는 못해. 아무래도 반죽에 물이 덜 들어가고 찰기가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호떡이 두꺼워지는 이유에는 전용 누르개를 못 쓴 탓도 클거라고 봐 ㅠㅠ
이렇게 잉떡완성.jpg .... 미묘하게 두꺼워보이지만 미묘한게 아니라 진짜 두껍답니다. 사실 맛은 똑같아요... 인데 역시 반죽의 물이랑 누르개의 문제인지 두꺼운 것은 어쩔 수 없어. 그래도 맛은 똑같아. 반죽도 적당히 단단하고 시럽도 파는 것보다 잔뜩 들어간 편이라 뚝둑 흐르는 호떡시럽 맛도 달콤해서 좋아.
맛은 있었어도 너무 심하게 달아서 나는 많이는 못 먹겠는데 단 걸 좋아하는 제로는 신나서 혼자 10개중 네 개는 쳐먹은 것 같았어. 나랑 준, 미드는 겨우 두 개씩 먹고 단 냄새만으로도 당뇨병에 걸려버릴 것 같아서 머리를 싸쥐고 있었는데 제로는 더 없냐며 보채더라.
저래 시럽이 뚝뚝 떨어지는 것만으로도 하도 호되게 단것으로 고생한 나는 또 머리가 지글지글 아파오기 시작하는데 때론 저런 모습이 사람이 단 것을 찾아 집착하는 구석을 자극하기도 하니 신기해. 준네 주방을 쓰는 여러 멤버들도 다, 제로처럼 달고 신 것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나처럼 술안주만 신나게 만들거나 먹는 친구도 있고, 또 그런게 다 재미있는거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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