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1일 화요일

넓은 바다로 나가기에 앞서.




꿈은 크게, 이상은 높게, 우정은 깊게, 페달은 존나게 밟아야 했던 친구들과의 자전거 여행은 끝났다. 여기에서 사소한 내 일정의 문제가 있다면, 내 경우 이게 끝났다고 다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중간 반환지점을 돌았을 뿐, 이따 부산항에서 배표를 끊고 하카타 항에 도착하면 앞으로 1년간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달리기만 하는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친구들과 헤어지고 나서 이별이 아쉬운 점도 크긴 한데 지금은 진짜로 그런 사소한 것들이 모여 모여 복잡한 기분을 만들어내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계속 달리는 일정은 4월 2일까지는 변함이 없으며 이제는 그 장소가 일본이 되었을 뿐이다. 다만 여행이 끝나고 돌아갈 곳이 집이 아니라 타지라는 것이 엄청 신기한 기분이 든다. 지금까지 짧게는 수 일에서 많게는 달포 정도의 기간동안 여행을 하고 다녔는데 공통점은, 언제나 마지막에 닿아 도착하는 곳이 집이었다. 헌데 이번에는 집이 아니라는 점이 내겐 참 신기하고도 생소한 기분이 드는거야. 


작은 상자 같은 마을과 너울너울 찰랑거리며 흐르는 작고 약해보이는 강. 구름 위로 내리는 불타는 지옥 정경같은 노을과 아침 습기 사이로 피어오르는 그 자전거 여행 특유의 냄새가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으로 끝. 이제는 슬슬 외국에서의 일정이 시작되려고 한다. 어딜 가도 내가 있는 곳이 중요한 것이지만 단순히 장소만 바뀌는 데 이렇게 구애받는 것도 처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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