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하게 기분이 하이해질 일이 있으면 바로 다운되고 다운되어질 것 같은 일이 있으면 다시 그나마 기력이 올라갈 일이 생기지만 얼마 안 가서 다시 기력 다운... 특히나 어제오늘처럼 계속 여기저기 왔다갔다 걷기도 많이 걷고 잠은 못 자고 하면 그게 더 심한 기분이 들어. 당장 30분 뒤에 출근해야 하고 오늘 마감조인데 이런 식이어도 괜찮을까, 나. 게다가 새벽부터 계속 설사기운이 있어서 자주 화장실에 들락날락하고 있는데 한국 와서 물갈이를 또 하는걸까.
일 시작한지 꼴랑해야 일주일인데 좀 쉬고싶다... 근데 생각해보면 이전에 일한 적 있었다고 교육도 뭣도 없이 그냥 바로 업무 시프트에 투입되니 조금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었어. 헌데 그래도 이전에 하던대로 또 일 잘 하게 되는 것을 보면 과연 몸에 박힌 습관이나 기술은 참 무섭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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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내가 모 우익충들 사이트에서 빨갱이 간첩으로 거론되고 있길래 조금 조회해봤는데, 대체 나는 영문도 모르겠다마는 과연 내 이름과 함께 7년쯤 전까지 쓰던 메일 주소가 그 문제의 명단에 들어가 있었다. 정작 나는 문제의 사이트에 접근하거나 가입을 한 적도 없는데다 북한과 조총련 까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나인데 단지 난 아무것도 안 하고 존나 가만히 있었다는 사실 하나로 별 관심도 생각도 없는 내가 나도 모르는 곳에서 빨갱이로 신상 털리고 국정원에 신고당하니까 이건 화나기도 이전에 그냥 새삼스럽게 신기한 기분이다.
대학교 초년때, 언젠가 거대담론 증후군과 그 거대담론 증후군이 만들어내는 집단적 광기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이러한 집단광기가 이러한 방식으로 사회의 마녀와 희생양을 끊임없이 찾아낸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들에게 있어서 내가 진짜 간첩이느냐 어떤거냐는 중요하지 않아. 단지 내가 거기에서 쓴 적도 없는 메일주소와 아이디가 나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들에게는 죄수번호를 붙이고 처단해야 될 간첩으로서 응당 처단당해야 될 무언가가 된 것일 뿐이겠지.
아마 예전 네이트 해킹사건때 빠져나간 내 개인정보가 도용당한것이 아닐까 추론해보기는 하는데, 사실 이 경우에서 중요한 것은 내 정보가 거기에 남아있다는 사실은 아닌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내가 거기에 왜 가입되어있느냐가 아니라 가입되어있다면 대체 누군가가 무얼 노리고 날 거기에 가입시켰냐인 것이다. 난 지금도 진실로 그것이 궁금하다.
정작 기분이 찝찝한 내가 국정원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지금 나 비슷한 상황으로 짜증나는 사람이 몇 사람 있는 모양인가보다. 국정원에서도 귀찮은 듯, 바쁜 듯 별 말 없이 그냥 118에 전화해서 개인정보 유출신고나 하라고 한다. 사실 이처럼 별 것도 아닌 일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 생각도 없는 내게 누군가는 주홍글씨를 박고 싶어한다는 사실이 참 재미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진보나 보수, 우익과 좌익, 젊은 세대와 나이 많은 세대나 종교적인 관점, 비종교적인 관점까지 좀 더 포괄적으로 보려고 했던 내게 있어 이번 일,그러니까 집단광기나 매카시즘이 대체 어떤 사회적인 괴물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해서 확실히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적어도 스스로를 우익이나 애국보수라고 칭하는 이들의 가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사실 정도는 명확히 깨닫게 되었다. 실은 지금 내게 있어 넷우익이나 좌익사범들은 그 행태에 있어서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일본에서도 그렇게 느꼈고 한국에 돌아와서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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